“나는 누구인가?” 4박5일간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찾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대학가 진로탐색프로 인기… 高大 커리어리더십캠프 가보니

“내 적성엔 뭐가 맞을까” 고려대 커리어리더십캠프 참가자들이 인생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끝낸 뒤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4박 5일 동안 매일 활동 결과물을 학습관리시스템에 올려 강사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고려대 학생처 경력개발센터 제공
“내 적성엔 뭐가 맞을까” 고려대 커리어리더십캠프 참가자들이 인생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끝낸 뒤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4박 5일 동안 매일 활동 결과물을 학습관리시스템에 올려 강사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고려대 학생처 경력개발센터 제공
“막상 대학을 들어와 보니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뭘 해야 할지 막막해요.”(고려대 임상병리학과 2학년 유형화 씨)

“제대한 후에 제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확실히 알아보고 싶었습니다.”(고려대 화공생명학과 3학년 전학준 씨)

겨울방학을 맞아 대학가에 진로탐색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려대 ‘커리어리더십캠프’, 서강대 ‘진로계발 세미나’, 한양대 ‘직업진로와 미래설계’ 교과목 등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은 들어왔는데 내가 누군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저학년 대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20∼24일 경기 안성시 삼보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려대 커리어리더십캠프’는 고려대 1∼3학년 학생 33명이 머리를 맞대고 4박 5일 동안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다. 체계적인 진로개발을 통해 대학생활 중 조기에 진로계획을 수립해 실천하는 게 캠프의 목표다. 2010년부터 고려대 학생처 경력개발센터에서 운영하기 시작해 현재 8기까지 총 258명이 이 캠프를 거쳤다.

캠프에서는 자아탐색, 진로탐색, 의사결정, 미래상 수립의 단계를 거쳐 가치관과 직업을 결정한다. 참가자들은 4박 5일 동안 기숙생활을 하며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1, 2시까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기록을 남긴다. 스파르타식 일정이다.

21일 오후 캠프 강의실은 참가자들의 인생 인터뷰로 시끌벅적했다. 참가자끼리 일대일 인터뷰를 하며 서로 인생 주제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시간이다.

“세상에서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 20가지를 꼽으면?” “어렸을 때 좋아했던 장난감은?” 등 수많은 질문을 통해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할 기회를 갖는다. 중고교 시절 좋아했던 과목, 어릴 때 강렬했던 기억 등 사소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부터 자기 성찰이 시작된다. 질문지를 통하여 참가자의 과거를 탐색하고 인생 주제를 찾아가는 방법이다.

인터뷰가 끝나면 내용을 정리해 캠프 학습관리시스템에 올려놓고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유 씨는 “질문과 대답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현재까지의 나를 꼼꼼하게 짚어 나가다 보니 잊고 있었던 장점과 소질 등이 하나씩 떠올랐다”며 “이 과정을 통해 나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고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 목표를 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성식 고려대 학생처 경력개발센터 주임은 “일반적인 흥미나 적성검사가 아닌 개인의 내면을 탐색함으로써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인생 주제를 찾고, 그 주제를 통해 진로개발을 촉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에서는 이미지 트레이닝 기법도 사용된다. 캠프 3일차에 진행되는 ‘이상적인 하루 그리기’ 코너는 10년 또는 20년 후의 하루를 상상하는 시간. 참가자들은 어두운 조명 아래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은 뒤 강사가 말하는 장면들을 이미지로 떠올리면 된다.

“무엇이 보이나요? 방 안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어떤 냄새가 나나요? 혼자 자고 있나요, 아니면 배우자가 옆에 있습니까?” 등 강사가 질문을 던지면 참가자들은 가장 행복하고 이상적인 미래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이 캠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결과물은 스스로 완성한 자서전이다. 참가자들은 매일 새벽까지 강의실에 남아 자서전을 쓴다. 자서전은 총 9장으로 나뉘어 있다. 3장은 과거에 대해 쓰고 나머지 6장은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서술한다. 과거를 돌아보며 자아 개념을 찾아가는 방법이다. 캠프강사로 활동하는 김민정 씨(23·가정교육과 4년)는 “자서전을 만드는 과정은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라며 “시간이 흘러 다시 펼쳐본 자서전은 자신의 목표를 되새길 수 있는 인생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고 했다. 김 씨는 2011년 3기 교육생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캠프 마지막 날 참가자들은 자신의 비전과 사명을 발표한다.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또래들과 함께 마음을 열고 자신에 대해 사색한 결과물이다. 전 씨는 “3, 4학년이 되면 취업 문제로 다급해져 충분한 고민 없이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자기 성찰은 물론이고 확실한 목표도 세울 수 있어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박진배 고려대 학생처 경력개발센터 부장은 “요즘 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너무 바빠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 볼 기회를 갖지 못한다”며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다양한 커리큘럼을 통해 명확하고 확고한 미래계획을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성=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진로탐색 프로그램#커리어리더십캠프#진로계발 세미나#가치관#직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