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다시 불밝힌 ‘홍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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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풍선효과-느슨한 단속에 성매매업소 영업 기승

대전 성매매업소가 ‘풍선 효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선 효과란 ‘한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 강력한 제재로 사라졌던 유천동 텍사스촌의 홍등(紅燈)이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다시 켜졌다. 과거 유흥 천국으로 불렸던 유성은 소위 ‘풀 살롱’ 영업으로 성매매 천국의 오명을 쓰고 있다. 20일 여성단체인 ‘여성인권티움’ 부설 상담소 ‘느티나무’가 최근 발간한 ‘대전지역 성매매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성매매업소가 김밥 집보다 많아 ‘성매매가 언제나 가능하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전통의 텍사스촌 유천동의 부활

중구 유천동은 전국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전업형 성매매업소 집결지였다. 그러나 2008년 황운하 당시 중부경찰서장의 강력한 단속으로 거의 해체됐었다. 67개의 성매매업소가 모두 영업을 중단했고 일부는 폐업했다. 하지만 후임 서장들의 느슨한 단속으로 휴업했던 업소들이 2011년부터 하나 둘 유흥주점 형태로 영업을 재개해 현재는 15개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대전에는 5개구에 걸쳐 행정기관 등록업체를 기준으로 1986개의 성매매 관련 업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유흥주점은 408개, 단란주점 345개, 다방 293개, 숙박업소 889개, 안마업소 51개 등이다. 2006년 2056개와 비교해 외형적으로는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오피스텔 성매매나 휴게텔. 남성전용 PC방, 영상전화방 등 등록되지 않은 신변종 성매매업소들이 크게 늘었다는 점. 대전지방경찰청이 올해 7월까지 단속한 성매매 건수(35건) 가운데 오피스텔 성매매(11건)와 개별 성매매(5건)는 지난해에는 없던 것들이었다. 마사지 등 변태성 성매매는 2건에서 7건으로 늘었다. 단속되지 않은 업소까지 포함하면 미등록 성매매업소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 유성 ‘풀 살롱 성업’, 둔산 ‘학원-성매매업소 동거’

유성구 봉명동은 338개의 성매매 관련 업소가 밀집해 대전지역 단일 동(洞) 가운데 가장 많았다. 유성의 경우 한 건물 안에 음식점과 유흥주점, 숙박업소가 모두 들어서 식사와 유흥, 성매매가 원스톱으로 가능한 ‘풀 살롱’이 성업 중이다. 차량으로 15분 거리인 세종시에 정부청사 등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늘었고 유성의 성매매 영업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시청과 검찰청, 법원, 경찰청 등이 밀집한 서구 둔산동에는 단란주점이 유난히 많았다. 또 룸살롱보다 오히려 여성 도우미가 많은 ‘바(Bar)’가 즐비했다. 학교와 학원이 밀집돼 청소년들은 유해업소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한 건물에 학원과 성매매업소들이 동거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보건법은 학교 교문에서 50m 이내는 절대정화구역, 200m 이내는 상대정화구역으로 정해 유해업소를 단속하고 있지만 학원 주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다.

○ 근본 대책 없이 ‘풍선효과’ 되풀이

유천동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맥주, 양주를 팔면서 성매매를 하는 중리동 카페촌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대해 대덕구는 최근 중리동 카페촌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펴기 시작했다. 이번 조사에서 대덕구는 수사권한이나 물리적 강제력이 미약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서는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113개이던 업소가 현재 10개로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 반면 이곳에서 없어진 100개 가까운 성매매업소는 그저 다른 곳으로 이전해 풍선효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덕구 관계자는 “없어진 성매매업소의 업주들이 업종을 전환했다거나 여성 종사자들이 직업을 바꿨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정아 느티나무 소장은 “성매매는 문화와 복지, 여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이기 때문에 행정기관과 경찰의 여러 기능과 여성단체 등의 유기적 협조와 대책 위에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현 대전시의원은 “대전지역 성산업 실태에 대한 보다 면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해 조례에 관련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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