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쥐고 있는 구슬을 보고 내 구슬 색깔을 추리해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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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스토리텔링 사고력]규칙: 자기 손에 든 구슬은 볼 수 없습니다

숲 속의 좁은 길 위에 양 갈래로 소금이 조금씩 떨어졌어요. 가운데로 당나귀가 걸어간 발자국이 찍혔습니다. 한쪽은 깊고 다른 쪽은 얕아요. 발자국 옆에는 가느다란 선이 드문드문 그어졌고요, 길옆의 나무 잎사귀에는 당나귀 이빨 자국이 있습니다.

위의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세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나요? 땅에 닿을 정도로 긴 줄을 매단 당나귀가 한쪽 다리를 쩔뚝이는 바람에 등에 진 소금을 조금씩 흘리며 걷다가 배가 고파서 나뭇잎을 뜯어 먹으며 혼자 숲 속을 걸어갔다고 추리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단서에 상상력을 덧붙인 겁니다.

○ 단서 연결해 결론을 이끌어 내라

우리가 다룰 ‘추리 놀이’는 추리 과정에 상상력을 덧붙이는 게 아니라 여러 단서만으로 결과를 추리하는 겁니다. 추리를 잘하려면 단서를 집중해서 읽고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그 뒤에 단서를 서로 연결해 스토리를 만들면서 결론을 이끌어 내면 됩니다. 정리하자면 추리 놀이는 여러 단서 속에 숨은 결론을 찾아내는 일이랍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추리 놀이를 해 볼까요?

세 명의 친구가 주머니를 갖고 있어요. 그 속에는 빨강과 노랑으로 된 다섯 개의 구슬이 있습니다. 친구들은 자기가 꺼낸 구슬이 무슨 색인지 알아맞히는 놀이를 하려 합니다. 재미있는 규칙은 자기가 꺼낸 구슬은 볼 수 없고 다른 친구의 손에 든 구슬의 색깔만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친구가 쥐고 있는 구슬 색깔을 보고 내 구슬 색깔을 추리해야 합니다. 아래 대화를 잘 읽어 보고 누가 무슨 색 구슬을 꺼냈는지 알아볼까요?

승준=이 주머니에는 빨간 구슬이 2개, 노란 구슬이 3개 들어 있어. 여기서 각자 구슬을 하나 꺼내는 거야.

선아=그런데 주머니 속에서 꺼낸 구슬은 자기는 볼 수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만 보여 줄 수 있다는 거지?

승준=바로 그거야. 자, 그럼 이제 구슬을 하나씩 꺼내서, 손을 높이 들어 봐.

영민=하하, 너희가 손에 들고 있는 구슬을 보니깐 내가 무슨 색 구슬을 들고 있는지 알 것 같아!

영민이는 친구의 구슬 색깔을 보고 자신의 구슬 색을 알아맞혔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정답을 먼저 말하자면 영민이가 손에 든 구슬 색깔은 노란색입니다. 이제부터 영민이가 알아낸 이유를 차근차근 알아볼까요?

첫 번째 단서로 승준이는 주머니 안에 빨간 구슬 2개와 노란 구슬 3개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선아는 두 번째 단서로 자기가 꺼낸 구슬은 볼 수가 없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만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민이는 두 친구가 들고 있는 구슬의 색을 보고 자기가 무슨 색 구슬을 꺼냈는지 알아맞힌 겁니다.

한번에 알아맞히는 경우는 승준이와 선아의 구슬이 둘 다 빨간색일 때뿐입니다. 주머니 안에 빨간색 구슬은 두 개만 있고, 그 두 개를 승준이와 선아가 모두 들었다면 영민이의 구슬은 나머지 노란색 구슬일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에 승준이와 선아가 둘 다 노란색 구슬을 들었다면 어떨까요? 영민이의 구슬은 빨간색일 수도 있고, 노란 구슬일 수도 있으니까 두 아이의 구슬을 통해서는 자신의 구슬 색깔을 추리할 수 없습니다. 승준이와 선아가 둘 다 서로 다른 색깔의 구슬을 들었어도 영민이는 자신의 구슬 색깔을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 연역-귀납추리로 단서 찾아라

위의 추리 놀이는 논리적 사고를 길러 주는 논리학습으로 ‘연역적 추리’ 또는 ‘연역추리’라고 합니다. 추리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하자면 추리는 연역추리와 귀납추리로 구분합니다.

연역추리는 여러 단서를 통해 결론을 추리하는 겁니다. 단서 안에서 결론을 추리하므로 단서 내용 이외에 다른 정보나 주관적인 상상력이 들어간 결론은 나올 수 없습니다. 가령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 놀부는 나쁜 사람이다’라는 단서에서 ‘놀부는 벌을 받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추리하는 식이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데 놀부가 나쁜 사람이니까 나쁜 사람인 놀부는 벌을 받는다는 결론은 이미 단서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연역추리의 특징입니다.

이와 달리 귀납추리는 여러 단서를 서로 연결하되 한 단계 뛰어넘어서 새로운 결론을 추리해 내는 일을 말합니다. 귀납추리의 결론도 단서를 통해서 나오기는 하지만 단서 안에 그대로 포함돼 있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재화는 눈이 큰데 잘 우는 편이다. 솔아도 눈이 큰데 잘 우는 편이다. 경희도 눈이 큰데 잘 우는 편이다. 선경이도 눈이 큰데 잘 우는 편이다’라는 단서를 통해 ‘눈이 큰 사람은 모두 잘 우는 편이다’라는 결론이 가능합니다. 이때 결론은 단서 안에 있지 않습니다. 귀납적 추리에는 원인을 보고 결과를 추리하거나 결과를 통해 원인을 추리하는 인과추리도 포함됩니다.

○ 문장 정확히 읽는 습관 길러야

우리는 연역추리나 귀납추리를 통해 논리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습니다. 또 문장을 정확하게 읽는 습관도 얻을 수 있습니다. 시험 볼 때 우리는 가끔 실수를 합니다. 잘 아는 문항인데도 지시문을 잘못 읽어 틀리는 겁니다. 지시문을 성급하게 읽는 바람에 틀려버리는 아쉬움을 겪지 않으려면 문장을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는 학습 습관을 미리 길러야 합니다.

연역 추리는 주어진 단서 속에 결론이 들어 있으니까 단서를 잘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죠? 그러면 다른 연역 추리 놀이를 한 번 더 해볼까요? 다음 문장과 그림 단서를 잘 보고 거실에서 누가 어느 자리에 앉았는지 의자에 이름을 써 보도록 해요.



수정이, 수정이 엄마, 외할머니, 외삼촌, 외숙모, 지혜 언니, 동준이는 의자에 각각 한 자리씩 앉았습니다. 외삼촌은 외할머니 맞은편에 앉았고, 외할머니의 왼편에는 화분이 있습니다. 사촌끼리는 옆으로 나란히 앉았고, 그중 동준이가 가운데에 앉아 있습니다. 수정이가 사촌 언니 지혜보다 외할머니와 가깝습니다. 외숙모의 오른쪽에는 수정이 엄마가 앉았습니다.

어정화 JEI 재능교육 스스로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스토리텔링#사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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