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허진호 기상청 통보관·박정자 도시농업활동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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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예측? 수학 아닌 과학의 영역!”
고교생이 만난 기상청 통보관

인천 서운고 1학년 노예진 양(왼쪽)이 기상청 허진호 통보관에게 ‘예보관의 자질’을 물었다. 허 통보관은 “무엇보다 현장경험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인천 서운고 1학년 노예진 양(왼쪽)이 기상청 허진호 통보관에게 ‘예보관의 자질’을 물었다. 허 통보관은 “무엇보다 현장경험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날씨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가 점차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비가 자주 오자 레인부츠 판매량이 느는 등 패션·미용·관광 산업 등도 변화에 맞춰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날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후를 관측하고 예보하는 일을 하는 기상관련 직업에 대한 호기심도 커졌다.

기상청 허진호 통보관(47)을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는 인천 서운고 1학년 노예진 양(16)이 ‘신나는 공부’의 도움을 받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최근 만났다.

내일 날씨 결정 ‘예보관’, 발표 ‘통보관’

“일기예보는 누가 만드나요?”(노 양)

기상청에는 기상정보를 분석해 일기도를 작성하는 예보관과 그들이 예측한 날씨를 신문·방송 등 미디어를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는 통보관이 있다.

예보관을 거치지 않고선 통보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것. 허 통보관도 예보관으로 10년가량을 거쳤으며, 지난 5월 통보관으로 직무가 변경됐다.

전국에 있는 예보관 328명은 1년 365일 24시간 3명이 1조를 이뤄 교대근무를 한다. 동네(지역)예보는 3시간씩 업데이트 돼 매일 8회 예보된다. 날씨가 갑자기 나빠져 기상특보 요인이 발생하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예보를 한다.

비가 내리는 날보다 내리기 전날이 더 바쁘다. 비가 올지 안 올지, 온다면 확률은 어느 정도이며 어떤 지역에, 얼마나 내릴지 등을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회의를 통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일의 날씨’를 어떻게 예보할 것인지가 결정되면 통보관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앞으로 날씨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언론과 국민을 대상으로 설명한다.

날씨 예측 3대 요인… 수치모델, 슈퍼컴퓨터, 예보관

정확한 날씨 예측을 위한 3대 요인으로 허 통보관은 수치모델과 슈퍼컴퓨터, 예보관을 꼽았다.

기온, 바람, 습도 등 대기상태를 관측해 변수로 방정식(수치모델)에 입력하면 슈퍼컴퓨터가 계산해 하루에 8만 건에 달하는 자료를 만들어낸다.

문제는 슈퍼컴퓨터가 방정식에 들어가는 변수값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 없다는 점. 예보관은 이 과정에 오류는 없는지, 만약 오류가 발생했다면 어디서 실수가 있었는지를 찾아 오차범위를 줄이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정확한 기상예보란 결코 쉽지 않다”고 허 통보관은 말했다. 기상 변수에는 국내 기상 정보뿐 아니라 전 세계 기상정보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보 탓에 손해를 본다”는 항의가 기상청에 접수되기도 한다. 태풍예보를 하면서 “어선은 각별히 주의하고 가급적 출항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당부하면 일부 선주들이 “이 정도 날씨면 충분히 어업이 가능한데, 기상청이 과하게 예보를 해서 배를 못 띄운다”는 항의를 해오기도 한다는 것.

“다행히 131콜센터가 운영돼 예보관들이 과거와 달리 항의전화를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업무 스트레스가 심해 매일 말초신경까지 곤두세워 일하고 있답니다.”(허 통보관)

대기과학 전공 필수? 현장경험이 중요!

“예보관이 되려면 대기과학과 관련한 전공을 해야 하나요?”(노 양)

허 통보관은 “대기과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예보관이 될 수 있다”면서 “기상청에 근무하는 직원은 국가공무원이기 때문에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보관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공개채용과 특별채용 등 두 가지 방법으로 선발한다. 시험에 합격한다고 해서 바로 예보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상관측 관련 업무, 예보관 업무 보조, 동네 예보관 업무 등을 수행하면서 현장경험이 쌓이면 지역 예보관으로 승진하게 된다.

“똑같은 일기도를 보고도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어요. 일기예보는 정답이 존재하는 수학이 아니라 답을 예측해야 하는 과학에 가깝지요.”(허 통보관)

글·사진 양보혜 기자 yangbo@donga.com

■‘도시농부’ 들어봤나요?… “사교성도 중요하죠”
초등생이 만난 도시농업활동가
박정자 도시농업활동가(가운데)를 만난 서울청담초 5학년 김채린 양(왼쪽)과 서울옥수초 3학년 심규리 양(오른쪽).
박정자 도시농업활동가(가운데)를 만난 서울청담초 5학년 김채린 양(왼쪽)과 서울옥수초 3학년 심규리 양(오른쪽).

“농약을 안 썼기 때문에 그냥 먹어도 돼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 건물 옥상에 있는 옥상정원 ‘홍대텃밭다리’.

이곳에서 도시농부들의 멘토로 활동하는 도시농업활동가 박정자 씨(47)는 자신을 찾아온 서울청담초 5학년 김채린 양과 서울 옥수초 3학년 심규리 양에게 먹어보라며 이곳에서 기른 방울토마토를 건넸다.

쓱 하고 방울토마토를 옷에 닦은 후 맛을 본 두 학생은 “농약을 안 써서 그런지 입 안에서 톡하고 터지는 맛이 다르다” “또 먹고 싶다”며 즐거워했다.

최근 환경이나 참살이(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시농업이 각광받는다.

올해 한국고용정보원이 선정한 ‘미래의 유망직종’으로 도시농업활동가가 뽑혔을 정도. 도시농업활동가는 도시민이 어려움 없이 텃밭을 일구고 주말농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람이다.

도시농업 대세인 이유는? ‘힐링’ 덕분

이날 김 양과 심 양이 찾아간 홍대텃밭다리는 빌딩 숲이 우거진 도심 속 옥상정원이다.

그린디자이너(친환경적 디자인을 하는 사람) 모임, 궁궐지킴이 동호회 등 다양한 모임에 속한 사람들이 수세미, 옥수수 등 가지각색 작물을 재배한다.바쁜 현대인 사이에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이처럼 도심 속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박 씨는 “요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힐링’(healing·치유)이다. 삭막한 도시에서 작물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기른 작물을 먹을 수 있는 도시농업은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기 때문에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도시농업은 시골농업과 무엇이 다른가요?”

김 양의 질문에 박 씨는 “사실 크게 다를 것은 없다. 굳이 따지자면 시골농업은 수익을 내기 위해 한두 종류의 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하지만 도시농업은 대체로 여러 종류의 작물을 적은 양만 재배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도시농업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자급자족하는 데 있다.

도시농업 하고 싶은 도시민 도와

도시농업활동가는 도시민들이 원활하게 도시농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따라서 도시민들에게 도시농업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작물을 잘 재배할 수 있는지 등을 교육 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박 씨는 현재 홍대텃밭다리,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 공원 텃밭, 서울 마포구 대륙텃밭 등을 운영하며 텃밭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초등학교에 직접 나가 초등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텃밭 교육을 하기도 했다. 텃밭에서 가꾼 허브 등을 근처 카페에 판매해 수익을 내기도 하지만 소량인 만큼 큰 수익이 되지는 못한다. 때문에 박 씨의 수익은 대부분 텃밭 교육 강사료에서 얻는다고.

그렇다면 박 씨처럼 도시농업활동가가 되기 위해선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박 씨는 “도시농업활동가와 관련한 자격증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지만 그보단 자신이 직접 텃밭을 길러보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도시농업활동가의 역할이 도시민에게 도시농업을 교육하는 것인 만큼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교적인 성격이 도움이 된다.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말솜씨를 지녔다면 더욱 좋다.

햇빛과 바람이 중요해

지난해부터 가족과 함께 주말농장을 운영했다는 심 양은 “아파트에서 작물을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비법을 물었다.

박 씨는 “아파트 베란다는 작물이 잘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베란다 유리창을 통해서는 야외처럼 모든 빛이 들어오지 않고 통풍도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 씨는 “주말농장같이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를 하는 것이 좋다”면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꼭 키우고 싶다면 방충망까지 활짝 열어 빛이 잘 들어오게 하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비치 기자 ql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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