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200명 학교나 1800명 학교나 상담교사는 1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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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3명 동시상담요구에 교사 당황
1학교 1교사 배치원칙 융통성 부족
위험 징후 파악할 시스템 갖춰야

광주지역 학교의 상담교사가 학생 수나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학교당 1명씩만 배치돼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3일 여고생 2명이 자살한 A고교는 재학생이 1828명으로 광주에서 학생이 가장 많은 학교였다. 지난해에는 상담교사 1명 이외에 상담사 1명이 추가 근무했다. 하지만 올해는 ‘학교당 상담교사 1명’ 배치 원칙으로 상담사 자리가 사라졌다. 융통성 없는 탁상행정으로 여고생 2명의 자살을 막을 가능성마저 앗아가 버린 셈이다.

5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부가 광주지역 학생 23만76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관심군은 3만4760명(14.8%), 주의군은 1만3109명(5.6%)이었다. 정서행동특성검사는 5가지 행동특성을 조사해 자살·학교폭력 가능성을 사전에 진단한다. 관심군은 1차 조사에서, 주의군은 2차 조사에서 체크된 대상이다. 고위험군은 전문기관 의뢰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된 학생들이다.

시교육청은 학생 자살이나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상담하는 상담교사와 상담사를 전체 304개교 중 162개교에 배치하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지역 학교 53%만 상담교사와 상담사가 배치된 것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올해부터 학교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1개교 상담교사(상담사) 1명’ 배치가 이뤄지고 있다. 여고생 2명이 자살한 A고교는 고위험군 학생이 100여 명이나 된다. 이 학교 상담교사 이모 씨(48·여)는 학생 3명이 동시에 위기상황 상담을 요청해 식은땀을 흘린 적도 있다고 했다. 반면 학생 수가 205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인 B중학교에도 상담사 1명이 배치돼 있다.

시교육청은 상담인력 배치가 융통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전문 상담사 운영 계획에 1개교 1상담교사 배치’를 지시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별 여건에 맞게 상담인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학교장에게 학교위기관리위원회를 가동하게 하고 10일까지 생명존중 교육 교사용 매뉴얼을 제작해 일선 학교에 보급하는 등 예방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여고생 2명 동반자살과 관련해 학교나 교육청에 문제점이 있다면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5일 밝혔다. 장 교육감은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안타깝고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는 “지난해 위기관리 학생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일선 학교에 보냈지만 적용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사전·사후 매뉴얼을 다시 정비해 갖추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생명존중과 학교폭력 예방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찾아가는 교실’을 활용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희곤 광주시의회 교육위원은 “여고생 2명이 자살한 다음 날인 4일 오전 시교육청은 교육감과 직원 280여 명이 참석한 월례조회에서 학생 공연이 포함된 오 해피데이 행사를 진행하며 박수를 보내고 환호하며 추첨 행사까지 열었다”고 비난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위험 징후를 가정, 학교, 사회가 하나가 돼 발견하고 상담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극단적인 선택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상담교사#학교당 상담교사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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