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대상 성범죄자도 ‘화학적 거세’… 성도착증 뿌리 뽑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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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부터 ‘성충동 약물치료’ 대상 확대

3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40대 중반의 남성 A 씨는 이전에도 수차례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수사 과정에서 그는 “특정 상황에서 성적 충동을 억누르지 못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약물로 성충동을 억제하는 ‘성충동 약물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검찰은 성범죄 피해자가 16세 미만이어야 한다는 법 규정에 따라 법원에 A 씨에 대한 치료명령을 청구할 수 없었다. 하지만 19일부터는 피해자 나이와 상관없이 약물치료를 할 수 있게 돼 A 씨도 치료 대상이 된다.

법무부는 성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성충동 약물치료’의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9일부터 시행된다고 17일 밝혔다. 성년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출소한 뒤 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지적을 국회가 받아들여 법을 개정함에 따라 피해자의 나이와 관계없이 성도착 증세를 보이는 19세 이상의 모든 범죄자로 치료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은 16세 미만 청소년·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서만 법원에 약물치료를 청구할 수 있었다.

이 개정법에 따르면 성충동 약물치료는 법 시행일 이전에 성범죄를 저질러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성범죄자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검찰은 법 시행일 이전에 성범죄를 저질러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을 거쳐 성도착증이 있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법원에 약물치료를 청구해야 한다. 그러면 법원은 성범죄자에게 유죄 판결이나 치료감호를 선고할 때 최장 15년의 범위 내에서 약물치료 명령을 함께 내리게 된다. 또 성인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뒤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사람도 가석방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성충동 약물치료에 동의하면 검찰이 법원에 약물치료를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성충동 약물치료는 주기적으로 주사를 놔 남성호르몬 생성을 억제해 성욕을 감퇴시키는 치료 방법이다. ‘화학적 거세’로도 불리지만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성욕을 회복할 수 있으므로 거세라는 표현은 다소 부정확하고 과장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1년 7월 이 제도가 도입된 뒤 검찰과 교정당국은 성범죄자 34명의 성도착 여부를 감정했고, 이 중 11명에 대해 법원과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에 치료명령을 청구했다. 치료감호심의위원회는 치료감호가 가종료되거나, 보호감호를 받다 가출소되는 성범죄자에 대해 최장 3년의 범위 내에서 치료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이다. 법원은 최근 성범죄자 3명에 대해 약물치료를 명령했지만 출소 2개월 전부터 해당 치료를 받도록 하는 규정에 따라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다만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약물치료를 결정한 성범죄자 1명에 대해선 지난해 5월부터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독일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 등 유럽 8개국과 미국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7개 주에서 이 치료를 하고 있다. 폴란드를 제외한 유럽 국가들은 치료 대상자의 동의를 받아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 미국 7개 주는 13∼16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로 치료 대상을 제한하되 치료 대상자의 동의는 받지 않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미국 오리건 주가 2000∼2004년 가석방된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치료를 받지 않은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18.2%인 반면에 치료를 받은 사람의 재범률은 0%였다”고 밝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약물치료#성도착증#성범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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