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다문화부부, 평균 4.9년 만에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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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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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만4450쌍 갈라서

회사원 A 씨(53)는 매주 일요일이면 아들(3)과 딸(5)을 이웃집에 맡긴다. 아이들은 일주일간 이웃집에서 지내다 토요일이면 아빠와 만난다. A 씨는 매달 120만 원을 이웃집에 준다. 이렇게 지낸 지 2년. 베트남 출신 아내(27)와 갈라선 2010년 말 이후부터다.

A 씨는 2006년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아내와 맞선을 보고 결혼을 결정했다. 당시 아내는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그래도 부부는 오순도순 잘살았다. 아내는 한국말을 익힌 후 국적을 취득했고 일을 시작했다.

아내가 채팅에 빠지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밤에 침실을 나와 문을 잠그고 컴퓨터를 켜는 일이 잦았다. 뭘 하느냐고 묻자 “베트남 사이트에서 연예인을 본다”고 했다. 얼마 후 그는 아내가 베트남 사이트에서 채팅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 씨는 야간근무가 많아 밤에도 집을 자주 비웠다. 어느 날 아침, 야간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그는 이웃으로부터 “부인이 회사에 가지 않고 베트남 남성의 아파트에 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아내가 문제의 남성을 집에 종종 데려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깜짝 놀란 A 씨는 아내에게 당장 전화를 걸었다. 집에 돌아온 아내는 불륜 사실을 인정하며 “용서해 달라”고 했다. “당신에게 잘 해줬는데 왜 그랬냐”고 추궁했지만 아내는 “그냥”이라며 “용서해 달라”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화가 나서 아내의 휴대전화를 뺏었다. 20일 정도 지나자 아내는 집을 나갔다. 이후 용서해달라며 몇 차례 집을 찾아왔지만 A 씨는 배신감 때문에 받아주지 않았다. 4년여 지속됐던 결혼생활은 이렇게 끝나고야 말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A 씨 같은 다문화가정의 이혼 건수는 지난해 1만4450건. 이들의 평균 결혼 지속 기간은 4.9년이다. 한국인 부부가 이혼하기 전에 함께 살았던 기간(14.4년)의 3분의 1 수준이다. 전체 이혼에서 다문화가정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10.7%에서 지난해 12.6%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당사자들이 상대방을 사랑하지도, 제대로 이해하지도 않고 결혼을 결정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오정은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얼굴만 몇 번 보고 결혼한다. 국제결혼 역시 신성하고 진실해야 한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두년 중원대 법학과 교수는 결혼중개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내용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최근 여성가족부에 제출했다. 현재 결혼중개업법에는 중개업자가 결혼 당사자에게 상대방의 △혼인경력 △건강상태 △직업 △범죄경력에 관한 서류를 제공해야 한다고 돼 있다.

김 교수는 “결혼 상대를 선택할 때 중요한 정보인 신체조건, 용모, 종교, 음주, 식습관, 취미, 주거 형태 등 주요 정보가 소홀히 다뤄진다. 결혼중개 시 이런 내용을 서류 형태로 제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제결혼#이혼#다문화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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