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농촌 기름값 걱정 ‘움찔’ 나무 때다 잇단 사고 ‘아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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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시대를 맞아 농촌에서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화목보일러나 구들장 등 목재연료를 쓰는 가구가 많지만 안전에 취약해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3일 오전 7시경 전남 보성군 한 집 작은방에서 A 씨(70)와 부인(70)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병원으로 후송했다. A 씨 부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모두 숨졌다. 경찰은 A 씨 부부가 창고를 개조한 작은방에서 나무로 난방을 하다 가스중독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 부부는 자녀들이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라고 늘 당부했지만 기름값을 절약하려다 변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4시 40분경 전남 순천시 외서면 김모 씨(55) 집에서 화목보일러가 과열돼 화재가 났다. 김 씨는 화마 속에서 집에서 키우던 어미 소를 구하려다 양팔에 3도 화상을 입었다. 21일 오전 11시 30분경에는 전남 담양군 고서면 주모 씨(47)의 집에서 화목보일러가 과열되면서 불이 나 헛간 15m²를 태워 119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화목보일러는 숲 가꾸기 사업으로 생기는 나뭇가지 등을 난방연료로 써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하지만 과열이나 불티로 인한 화재 발생 위험성이 높다. 화목보일러 주변에 장작을 쌓아놓거나 연통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도 화재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농촌 노인들이 아궁이를 많이 쓰지만 제대로 보수를 하지 않아 안전사고도 발생한다.

전남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화목보일러에서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날씨가 추워져 화목난방을 시작한 만큼 안전관리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화목보일러가 화재에 취약하고 목재 낭비 등이 심하다는 점을 감안해 2009년 보급사업을 중단했다. 전남도는 2007년부터 3년간 화목보일러 3300대를 보급했다. 전남도가 보급한 것 이외에 주민들도 개인적으로 화목보일러를 많이 설치했다.

전남도는 화목보일러 대신 화재에 안전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연료인 목재펠릿을 쓰는 보일러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2009년부터 3년 동안 목재펠릿 보일러 2462대를 보급했다. 올해도 목재펠릿 보일러 485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펠릿은 숲 가꾸기 사업에서 나온 잔목, 가지 등을 톱밥으로 만든 뒤 압축 가공해 제조한다. 길이 2∼3cm, 두께 0.5cm 크기다. 운송 보관이 가능하며 균일하게 제조돼 안정적으로 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 특히 펠릿 1t은 등유 약 500L에 해당돼 난방용 및 발전용 유류 대체효과가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목재펠릿 보일러는 안전한 데다 등유보일러보다 35%의 연료비 절감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기름값#화목보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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