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女高들 ‘이과반’ 늘리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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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유리하고 대입경쟁률 낮아” 여학생 수학핸디캡 감수하고 선택

“수학이랑 과학이 어렵긴 하지만, 이과에서 올(all) 1등급은 대학 자유이용권이라고들 하니까요. 취업에도 이과가 유리할 것 같아요.”(고등학교 1학년 김모 양)

‘이과’ 바람이 여학생들에게까지 불고 있다. 현재 고교 1학년은 올해 안에 문·이과를 결정해야 한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문·이과 구분이 없어졌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편의상 학생들을 두 계열로 나눈다. 최근 학교들이 예비조사를 한 결과 여고에서도 이과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숙명여고에서는 내년 2학년부터 이과가 1개 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15개 반 중 5개뿐이다. 차세일 교감은 “예비조사를 해보니 이과를 택하겠다는 학생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여고도 내년에 11개 반 중 5개가 이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4개다. 안연근 진로지도교사는 “남고처럼 절반을 훨씬 넘는 수준까지는 되지 못하지만, 이과를 기피했던 여고에서 이 정도 변화는 큰 것”이라고 했다. 광주 대광여고도 현재는 이과가 12개 반 중 5곳뿐이지만, 내년에는 6곳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개 반을 늘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학급당 인원이 늘어나는 학교도 있다. 대구 효성여고는 내년에도 올해처럼 10개 반 중 4개가 이과다. 하지만 이동완 교무부장은 “과거에는 문과는 학급당 53명, 이과는 43명 정도였는데 이제 그 차이가 없어질 것 같다. 그만큼 이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같은 성적이라도 이과가 대학 가기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진 때문이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의 대학 정원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이과 수능 응시생이 문과보다 훨씬 적다. 지난해 수능에서 이과형인 수리‘가’형을 고른 수험생은 25.1%(16만2113명)였고 수리‘나’형은 74.9%(48만4974명)였다. 문과에 비해 수험생 수가 적은 이과가 대학에 진학하기 수월하다는 뜻이다.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여학생의 인식 변화가 생긴 영향도 크다. 박승동 서초 메가스터디 원장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문과를 나와 봐야 마땅히 갈 만한 전공이 없고 취업에 유리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특히 문과 학생들에게 인기 있었던 법대가 없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현재 고1이 대학에 가는 201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이 대폭 확대되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현재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을 병행 중인 12개 대학 중 동국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의전원을 폐지한다. 이에 따라 2015학년도에는 의대 정원이 현재 14곳에서 25곳으로 늘어난다. 박권우 서울 이대부고 입시전략실장은 “아예 의대를 노리고 이과를 선택하는 상위권 여학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일교육컨설팅의 김영일 대표는 “학부모들에게 ‘수학 못한다고 이과 안 가는 건 바보짓’이라고 강조한다. 대입정원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도, 취업 면에서도 이과가 대세다”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여학생#이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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