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임진왜란때 사라진 대구 첫 연경서원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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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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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년전 퇴계 제자들이 팔공산 화암 인근에 건립
市 “서원터 추정지역 공원화… 전문가 고증 거친 뒤 착수”

바로 옆에 연경서원이 있었던 대구 북구 연경동 동화천 옆 화암. 1억 년 전에 형성된 희귀 퇴적암으로 퇴계 이황도 아름다운 모습을 극찬한 바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바로 옆에 연경서원이 있었던 대구 북구 연경동 동화천 옆 화암. 1억 년 전에 형성된 희귀 퇴적암으로 퇴계 이황도 아름다운 모습을 극찬한 바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구 최초의 서원인 연경(硏經)서원이 팔공산 자락에 복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를 중심으로 복원운동이 시작됐으며 대구시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서원이 있었던 북구 연경동 일대에는 대규모 아파트 택지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복원 장소 확정 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경서원은 퇴계 이황의 제자와 문인이 1565년 건립해 활발한 강학활동을 하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불에 타 사라졌다. 임진왜란 때 이 서원은 의병을 조직하는 거점 역할도 했다.

이후 1602년 대구지역 유학자들에 의해 재건됐으며 1659년에는 사액서원(왕이 서원 운영을 지원해 권위를 인정받은 서원)으로 승격됐다. 1871년 철거된 후 서당 형식으로 남아있었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이마저 사라졌다. 현재는 서원이 있었던 정확한 위치를 알기 어려운 상태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구향교에서 연경서원 복원을 위한 학술대회를 열었다. 연경서원 복원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원 설립에 퇴계 이황과 대구지역 유학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은 연경서원의 특징이다. 퇴계의 제자인 안동 출신 이숙량(李叔樑), 대구의 유학자 전경창(全慶昌) 등이 서원 설립을 주도했다. 이숙량은 안동의 대유학자인 농암 이현보의 아들이다. 경북 성주 출신으로 퇴계의 대표적 제자인 한강 정구도 70대에 연경서원 부근으로 이주해 공부했다.

홍원식 계명대 교수(철학)는 “연경서원은 퇴계의 계획에 따라 설립되고 학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돼 대구가 영남지방의 학술 문화적 중심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서원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위치. 건립 당시 기록에 따르면 연경서원은 대구부에서 20리쯤 떨어진 팔공산 기슭에 위치하고 윗마을은 지묘동이며 아랫마을은 무태였다고 적혀 있다. 또 아래쪽으로 시냇물(동화천)이 흐르고 위쪽으로 2리쯤에 왕산이 있으며 서쪽으로는 깎아지른 화암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연경 화암(畵巖)은 서원의 위치를 추정하는 중요한 단서다. 1억 년 전에 형성된 퇴적암으로 모양이 특이해 퇴계도 ‘그림같이 아름다운 바위’라는 기록을 남겼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교수(지리학)는 “서원에서 화암과 동화천의 물고기가 보였다는 기록으로 미뤄 장소는 화암에 인접했을 것”이라며 “발굴조사 등으로 서원 터 고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연경서원이 복원되면 팔공산의 문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대권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서원 터로 추정되는 일대를 아파트단지 내 공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택지개발사업자인 토지주택공사와 합의한 상태”라며 “위치 고증 등 관련 절차가 마무리 되는 대로 구체적인 복원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연경서원#팔공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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