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은퇴한 석학, 과학 꿈나무들 멘토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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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교육청, 과학교육 기부사업 추진
초중고와 일대일 결연… 中企 기술 자문도

국내 과학기술계 석학으로 주목받아 왔던 대전지역 은퇴 과학자들이 제한된 범위지만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

대전시는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은퇴 과학자들을 지원하고 활용할 목적으로 한 ‘과학교육 기부·멘토 사업’을 대전시교육청과 추진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대전시는 내년까지 초등학교 35곳, 중학교 20곳, 고교 15곳 등 70개 학교와 은퇴 과학자가 일대일 결연하도록 주선해 과학자가 학교에서 실험과 실습 등의 교육에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중소·벤처기업 지원 기술닥터제’와 ‘중소·벤처기업 지원 과학기술 전문위원제’도 도입한다. 이는 시 지원 대상 기업에 전담 과학기술자를 배치하거나, 지원을 희망하는 기업체에 은퇴 과학자가 수시로 찾아가 어려움을 해결해 주도록 하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대전시인재개발원 교육과정에 과학 강좌를 편성해 공직자들의 과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강좌에도 과학 강좌를 개설해 과학의 대중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대전시는 이달 시교육청과 협약을 체결하고 10월에는 과학기술인 정책간담회와 고(高)경력 과학기술인 정책포럼을 잇달아 열 계획이다.

현재 대전에 사는 은퇴 과학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410명, KAIST 363명, 한국표준연구원 257명, 한국원자력연구소 146명 등 1500여 명으로 추산된다(2012년 6월 말 기준).

1970, 80년대에 과학계에 투신해 30∼40년 동안 국내 과학기술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해 온 이들은 은퇴 후 사회적 무관심과 제도적 장치 미흡으로 활동이 거의 없거나 능력을 사장시켜 ‘국력 손실’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한국 원자력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71)은 2005년 퇴직 때까지 핵연료 제조 공정 국산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개발 등 한국 원자력 기술 개발을 이끈 선구자였다. 하지만 가끔 특별강연에 나설 뿐이다.

7년 동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을 지낸 이정순 씨(67)는 경기고와 서울대 아주대 석박사를 거쳤으며 화합물반도체의 광학적 특성 연구에서 국내 1인자로 꼽혔지만 2005년 퇴직한 뒤 대전에 거주하며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과학기술인들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과학 꿈나무를 육성하고 중소 벤처기업의 기술적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하며 필요하면 정부에 지원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은퇴 과학자#과학 멘토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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