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청 직원 200명 동원 남평화시장 가건물 철거나서, 상인들 격렬 저항… 일단 철수
서울시 “대화로 해결” 요청… 중구청 “생계형 아닌 기업형”
16일 오전 7시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공원 인근 남평화시장 이면도로. 도로 위에 다닥다닥 설치된 20여 개 임시건물 사이로 중구 공무원 200여 명이 대형 굴착기와 집게차, 덤프트럭을 끌고 나타났다. 도로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십수 년째 영업을 해온 일대의 노점상 건물을 철거하기 위한 행정대집행에 나선 것. 하지만 반발이 지속되자 이날 철거는 불발로 끝났다.
앞서 중구로부터 철거 계고장을 받은 노점상 주인 20여 명과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노련) 노조원, 장애인 등 150∼200여 명은 철거에 맞서 격렬히 저항했다. 이들은 “노점단속 자행하는 중구청을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굴착기 앞에 드러눕거나 스스로 상점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쳐 부상을 입기도 했다.
중구 공무원들은 이날 상인, 민노련 관계자들과 수차례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이다 결국 시장 상가번영회가 사무실 겸 창고로 사용하던 불법 컨테이너 2개만 철거하고 오전 11시경 물러났다. 철거 과정에서 여성 노조원들과의 신체접촉으로 시비가 생길 것을 우려한 중구는 여성 용역직원 20여 명을 동원했다. 중부경찰서도 만일에 대비해 기동대 300여 명을 현장에 배치했지만 연행자는 없었다.
동대문 일부 상인과 담당 공무원들은 이날 철거 대상이었던 남평화시장 일대 노점은 가판이나 리어카를 설치해 장사하는 ‘생계형 노점’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3∼8평 규모의 가건물을 도로상에 설치하고 경우에 따라 종업원 3, 4명을 고용해 24시간 운영하는 ‘기업형 노점’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업종은 치킨호프 포장마차 분식집 등 다양하다. 한 동대문 상인은 “이쪽 노점들이 워낙 장사가 잘되니 철거에 반발이 큰 것”이라며 “3평짜리 소형 노점이 월 3000만∼4000만 원의 순익을 올리고 권리금이 2억 원에 거래될 정도”라고 주장했다.
중구 관계자는 “노점상들이 올해 2월 말 불법 가건물을 자진 철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번복하고 서울행정법원에 행정대집행 취소소송을 냈다”며 “법원이 지난달 20일 원고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중구의 손을 들어줘 합법적 철거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0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는 노점상 장모 씨는 “그동안 도로점용료와 변상금을 꼬박꼬박 내면서 가게를 운영해 왔다”며 “중구 측이 갑자기 철거에 나서면서 생계 대책은 마련해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연초부터 중구의 철거계획에 ‘신중론’을 제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9일 중구와 노점상 철거 대책 회의를 열고 “시민이 강제집행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으니 대화로 푸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청했지만 중구 측은 “충분히 기다렸고 판결까지 나와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구 관계자는 “인명 피해와 인근 상가의 영업 지장이 우려돼 철거 계획을 미루기로 했다”며 “노점상과 민노련 측에 다시 한 번 자진 철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