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 평가 채점 결과 날려버려… 정권말 나사 풀린 교육과정평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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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6월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를 채점하는 과정에서 현직 교사들의 온라인 채점 결과를 날려 버리는 사고를 냈다.

채점이 늦어지면서 9월로 예정된 성적표 배포 일정을 맞추려다가 학생별, 학교별 성적을 부실하게 분석할지 모른다고 일부에서는 우려한다. 평가원이 교과서 공정성 논란에 이어 학업성취도 평가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29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평가원은 지난달 학업성취도 평가 채점을 맡을 고교 교사들을 모집했다. 전국적으로 고교 2학년이 치른 국어, 영어, 수학 평가의 서답형(주관식) 문항을 채점하기 위해서다.

과목마다 수백 명씩 선정된 교사들은 채점 시작일인 23일 평가원의 온라인 채점 시스템에 접속했다가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 서버가 다운되거나, 채점한 결과가 저장되지 않고 초기화되거나, 채점 결과가 엉뚱한 과목으로 저장되는 등 오류가 속출했다. 이런 오류가 1차 채점 기간(23∼27일) 내내 계속되자 평가원은 채점 기간을 30일까지 연장했다. 2차 채점 기간도 8월 첫째 주 평일에서 주말로 미뤘다.

영어 채점에 참여한 서울 A고 교사는 “첫날 사이트가 자꾸 다운돼 밤새 채점을 했는데 다음 날 접속해보니 말짱 도루묵이더라. 셋째 날도 마찬가지였다”면서 “평가원에 항의했더니 입증 자료를 내면 보상해주겠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교사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평가원은 심야에 채점하라, 나중에 접속해보라, 교사의 컴퓨터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식의 답변만 내놓았다. 평가원 관계자는 “올해 시스템 처리 업체를 바꾸는 바람에 약간 문제가 생겼다”면서 외부 탓으로 돌렸다.

평가원은 전에도 학업성취도 평가를 잘못 관리했다. 지난해에는 채점 교사들의 신상이 담긴 파일이 유출됐고, 성적표에 영어와 수학 점수가 바뀌어 다시 인쇄를 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 관계자는 “교과서 공정성 논란이 벌어졌을 때, 성태제 교육평가원장이 검정본부장을 경질하는 식으로 수습하더니 이번에도 외부 업체 핑계를 댄다”며 비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평가원#학업성취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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