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여보, 오늘저녁 요리는 남편이 책임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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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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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男 위한 요리강좌 인기

24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여성능력개발센터 4층 조리실에서 열린 ‘건강과
사랑이 있는 밥상’ 요리 강좌에서 60대 남성 수강생들이 미역국과 북엇국 끓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4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여성능력개발센터 4층 조리실에서 열린 ‘건강과 사랑이 있는 밥상’ 요리 강좌에서 60대 남성 수강생들이 미역국과 북엇국 끓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어르신들께서 미역 양을 잘 모르셨죠? 이게 물에 담가두면 많이 붇거든요. 이 만큼이 2, 3인분으로 적당한 양이에요.”

24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여성능력개발센터 4층 조리실. 조리대마다 손질된 가지와 양파 미역 홍합이 올라 있다. 맨 앞 조리대에서 강사 김소영 씨(40)의 요리 시연이 이어지자 주변을 둘러싼 어르신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손으로는 나눠준 조리법을 필기하면서 연신 질문을 쏟아냈다. “여기 쓰여 있는 알파벳 ‘시(C)’가 컵이라는 얘기죠?” “‘한소끔 끓인다’는 건 얼마나 끓이라는 거죠?”

60세 이상 남성을 대상으로 한 강남구의 ‘건강과 사랑이 있는 밥상’ 요리강좌 현장이다. 네 번째 수업인 이날 메뉴는 홍합미역국과 가지볶음. 10여 명의 수강생은 각자 조리대로 흩어져 불린 미역을 손질한 뒤 홍합과 미역을 볶기 시작했다. 금세 조리실 안이 고소한 참기름 냄새로 가득 찼다.

“예전에는 물 한 잔도 떠다 달라고 해서 마셨죠. 오늘은 ‘내가 저녁 차릴 테니 밥 하지 말라’고 하고 왔어요.”

부인이 사준 고운 색상의 앞치마를 맨 고영일 씨(70)는 평생 건설회사에서 일했다. 요리다운 요리를 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씨는 “나는 은퇴를 했는데 아내는 집안일에서 은퇴라는 게 없더라”며 “앞으로 누가 아플지도 모르는데 기본적인 음식은 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강좌 최고 연장자인 손형렬 씨(81)는 “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내 손으로 해먹는 재미가 크고 편하다”고 했다. 6월 26일 시작해 매주 1회씩 10월 30일까지 이어지는 강좌에서는 밥 짓기부터 된장국 북엇국 두부조림 배추겉절이 등 기본 국과 반찬은 물론이고 닭찜과 버섯불고기처럼 손님상에 올릴 만한 음식까지 배울 수 있다. 재료비(회당 5000원)만 내면 된다.

송파구에서도 11월 중 은퇴한 남성을 대상으로 한 ‘아버지 노후 인생설계’ 강좌를 개강한다. 매회 5시간 동안 진행되는 강의 중 2시간이 요리수업이다. 연령 제한 없이 남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교실도 있다. 종로구는 이달 중순부터 8월 30일까지 ‘아빠 요리교실’ 강좌를 열고 있다. 기본 칼 사용법부터 여름 보양식 만들기까지 배울 수 있다. 양천구에서는 6월, 동대문구에서는 9월에 남성 대상 요리교실을 연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요리강좌#은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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