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석기시대 밭 발견… 농경史 1500년 앞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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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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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 문암리서 5000년전 밭 유적 찾아내
동아시아 最古… 빗살무늬토기 조각 함께 출토

5000여 년 전 신석기시대에 한반도에서 밭농사를 지었음을 보여주는 밭 유적이 강원도에서 발굴됐다. 한반도에서 신석기시대부터 농경을 했는지를 놓고 여러 의견이 대립해온 가운데 구체적 증거인 밭 유적이 발굴된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밭 유적 가운데 가장 앞선 시기의 유적은 경남 진주 대평리 유적 등 청동기시대(기원전 1500년∼기원전 400년)의 것이었다. 이로써 국내 농경의 역사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15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6일 강원 고성군 죽왕면의 고성 문암리 유적(사적 제426호) 발굴 현장에서 신석기시대 경작 유구(遺構·옛 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엿볼 수 있는 흔적)인 밭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고성 문암리 유적은 1998년 신석기시대 집자리와 토기 등이 발굴된 신석기시대 유적으로, 2010년부터 ‘고성 문암리 선사유적 종합정비계획’에 따라 발굴 조사를 진행해왔다.

연구소는 “신석기시대 밭 유적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확인된 사례가 없어 문암리 유적은 동아시아 최초의 신석기시대 밭 유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신석기시대에 벼농사를 지은 논 유적은 1990년대 중반 중국 양쯔 강 유역에서 발굴된 바 있다.

발굴된 밭은 상하 2개 층이 포개진 형태다. 상층 밭은 해발 2.71∼2.89m 높이에 1260m² 규모로 전형적인 이랑 밭의 형태를 띠는데, 청동기시대의 밭과 비교해 두둑과 고랑의 너비가 일정하지 않고 이랑이 나란히 이어지지 않는 오래된 형태다. 하층 밭은 해발 2.61∼2.63m 높이에 1000m² 규모로 다양한 형태의 원시적 모습을 띠며 이곳에서 신석기시대 중기(기원전 3600년∼기원전 3000년)의 빗살무늬토기 조각 1점과 돌화살촉 1점 등이 나왔다.

연구소는 이 경작 유구를 신석기시대 밭으로 보는 유력한 근거로 밭 옆에서 발굴된 ‘5호 집자리’와 하층 밭의 토층(土層)관계를 들었다. 토층 단면에서 5호 집자리는 하층 밭을 파고 만든 것임이 뚜렷하게 관찰된 것. 하층 밭을 먼저 조성한 이후 5호 집자리를 만들었음을 뜻한다. 5호 집자리의 바닥에서는 신석기시대 중기 유물인 빗살무늬토기 조각 4점이 출토됐다.

또 토양을 시료로 빛을 이용해 퇴적층의 연대를 측정하는 기법인 OSL(Optically Stimulated Luminescence) 연대 측정 결과 하층 밭이 5000여 년 전의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 하층 밭에서 출토된 유물이 모두 신석기시대 중기 유물이고, 밭 주변 집자리가 신석기시대 중기의 집자리인 점도 간접적 근거라고 연구소는 밝혔다.

연구소의 홍형우 고고연구실 학예연구관은 “신석기시대 중기에 주변 집자리에 살던 사람들이 하층 밭을 경작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상층 밭은 하층 밭 위에 오랜 세월 흙이 쌓인 뒤 조성된 것인데 유물이 출토되지 않아 상층 밭의 구체적인 조성 시기는 파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한반도에서 농경을 시작한 시기가 신석기시대인지 청동기시대인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돼 왔다. 신석기시대부터 농경을 했다는 주장도 돌괭이, 뒤지개, 보습, 갈판, 갈돌 등 석기나 조, 기장 등 탄화곡물을 근거로 추정할 뿐이었다.

인류는 추위가 물러가고 후빙기가 시작되는 약 1만 년 전부터 농경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의 신석기시대 밭 유적으로는 영국 윌트셔의 고인돌 밑에서 쟁기 모양의 도구로 긁은 흔적이 있는 밭 유적이, 호주 북쪽 뉴기니의 쿡 저수지에서 얌과 바나나 등을 재배한 것으로 추정되는 밭 유적이 발굴된 바 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신석기#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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