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폭우 속을 날아다니는 비결은… 힘에 저항않고 이용하는 ‘태극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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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올라타 떨어지며 분리

집중호우가 잦은 여름철, 먼지만큼이나 가볍고 작은 모기들이 어떻게 제 몸무게보다 수십 배나 무거운 빗방울을 뚫고 날아다닐 수 있을까. 과학전문 주간 네이처는 5일(현지 시간) 미국 연구진이 빗속에서 살아남는 모기들의 생존전략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조지아공대의 데이비드 후 박사 연구팀은 실험실에 인공강우장치를 설치해놓고 빗방울과 모기의 움직임을 고속 비디오로 촬영 분석한 결과 “평균 길이 3mm, 무게 2mg 정도 되는 모기가 평균 직경 2∼8mm, 무게 100mg에 초속 9m로 떨어지는 빗방울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이유는 빗방울에 달라붙어 함께 움직이기 때문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모기들은 빗방울이 다리에 닿으면서 균형이 흔들리는 순간 재빨리 몸을 굴려 빗방울 위로 달라붙어 한 몸이 돼 떨어지다 지상으로부터 약 6cm 거리에 도달하는 순간 빗방울에서 떨어져 날아올랐다. 모기의 몸을 덮고 있는 털이 방수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후 박사는 이런 모기의 생존전략을 중국 전통 무술 일종인 ‘태극권’에 비유하면서 “태극권에는 ‘상대방의 힘에 저항하지 않으면 그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철학이 담겨 있는데 바로 모기들이 빗방울의 무게를 느끼지 않는 비법”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는 “자동차 충돌 사고의 경우에는 움직이는 물체가 다른 물체와 충돌하면 둘의 운동에너지가 저항을 받아 갑자기 멈추면서 파괴력이 생성되지만 모기의 경우에는 빗방울의 에너지에 저항하지 않아 충격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빗방울하고 하나가 돼 떨어지던 모기가 마지막 순간에 빗방울과 분리되는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회보 최신호에 실렸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모기#폭우#태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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