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 작년 10만명…‘교육’보다 ‘스펙’쌓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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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 도입 10년의 명암

2002년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영재교육이 제도 도입 10년을 맞았다. 교육계에서는 영재교육의 양적 확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영재교육 정책의 첫 번째 목표는 많은 학생이 영재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10년간 도시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농어촌 학교에도 영재학급을 개설했다. 2008년 5만4626명이었던 초중고교 영재교육 대상자는 2011년 10만8548명으로 2배가 됐다. 이는 전체 초중고교생의 약 2%에 해당한다. 영재가 50명당 1명꼴로 흔한 시대라는 의미다.

이전까지는 극히 일부 학생에게만 영재교육의 기회가 있었고 교육 또한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전국 어디에서나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듯이 영재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과학 영재를 길러내기 위한 영재학교도 한국과학영재학교 1곳에서 전국에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대구과학고 등 3곳이 추가되면서 지역 편중 문제를 해소했다.

그러나 영재교육 대상자가 늘어나면서 영재가 되기 위해 학부모가 사교육에 매달리는 문제도 커졌다. 영재교육 기관 출신이라는 점이 고교,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스펙’이 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해 아이가 영재학급에 선발됐다는 학부모 박모 씨(42·여)는 “아이가 영재였는데 못 알아봤다는 생각에 뒤늦게 학원에 다니면서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영재교육 기관에 선발되려면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이 필수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영재교육 기관은 학교별 또는 지역별로 몇 개 학교가 공동으로 설치하는 ‘영재학급’, 지역교육지원청이나 대학이 설치하는 ‘영재교육원’, 서울과학고처럼 정부가 지정하는 ‘영재학교’의 3가지로 나뉜다. 이 기관들은 ‘영재성 검사’라는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했지만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2009년부터 ‘관찰추천제’를 도입했다. 교사가 학생을 학기 초부터 말까지 관찰한 뒤 영재교육 대상자를 추천하는 제도다. 현재 50% 이상의 기관이 관찰추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들은 “학부모들이 납득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교사 추천 외에도 별도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는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며 여전히 경시대회 실적을 중요하게 반영한다.

소외계층의 영재교육 대상자를 2012년까지 5000명으로 확대한다는 정부 목표도 달성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외계층 영재교육 수혜자는 2009년 2075명, 2010년 2261명, 2011년 1969명으로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전체 영재교육 대상자가 늘어난 것에 비하면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영재교육의 선발과 수업의 질이 예전에 비해 나아지지 않은 이유로 교사들의 전문성 부족을 꼽는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해 말 실시한 정부의 영재교육 정책 평가에서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이 특히 미흡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영재교육 담당 교사 수는 2008년 1만501명에서 2011년 2만2319명으로, 약 2배로 늘었지만 이들을 위한 연수 수준은 제도 도입 초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교사들이 수업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영재교육 담당을 꺼리기 때문에 전문 교사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 A초등학교 교사는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영재학급을 교직 2년차에 떠맡아 뭘 가르쳐야 할지 답답했다”고 했다. KEDI는 “우수 교사가 영재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영재교육#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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