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슬로프에 눈이 없다면… “펑펑 내리게 하면 되죠”

  • Array
  • 입력 2012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 기상청 인공증설 실험 현장

“하나, 둘, 셋, 발사합니다!”

9일 오후 2시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해발 842.5m에 위치한 기상청 산하 ‘구름물리선도센터’에서 “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센터 일대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눈보라 때문에 2, 3m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발사 구호와 함께 센터 앞마당에 세워진 미사일 발사대 모양의 기둥에서 불꽃이 뿜어 나왔다. 불꽃과 함께 연기가 3분가량 일대로 퍼졌다. 이후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눈보라가 잠시 강해졌다 멈췄다. 센터 주변에 자욱하게 낀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 눈, 비를 인간 마음대로

이날 센터에서는 ‘기상조절’ 실험이 실시됐다. 기상조절이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홍수 폭설 가뭄 등 기상이변 재해를 막기 위해 날씨를 조절하는 각종 과학기술을 뜻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확정된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기상조절 기술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다. 기상청은 “한반도 온난화로 2018년 평창 올림픽 기간에 스키장 슬로프에 눈이 부족하거나 비가 내릴 수 있다”며 “기상조절 기술을 개발해 최적의 날씨에서 올림픽 경기가 열리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강원발전연구원 조사 결과 올림픽 경기장이 밀집될 평창군 대관령면은 온난화의 영향으로 2011년 연 평균 기온은 2002년에 비해 0.6도 올랐다. 같은 기간 연평균 강설량은 10.8cm 줄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구름물리선도센터는 인공증설, 인공강우 등을 전문적으로 실험하는 곳이다. 불꽃과 연기를 뿜은 것은 ‘연소탄’이다. 연소탄이 폭발하면 그 안에 있는 요오드화은(AgI)이 기체로 변한다. 요오드화은이 구름에 들어가면 응결핵이 된다. 응결핵에는 수증기가 달라붙어 눈이 돼 떨어진다. 국립기상연구소 이철규 수문기상연구팀장은 “연소탄을 항공기에 설치해 구름 속에서 폭죽처럼 쏜다”며 “고도 2000m 상공의 구름 속을 2시간 정도 비행하며 연소탄 4개를 터뜨려 지상 200km²에 눈이 1cm 쌓이면 기상조절에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내 기상조절 기술은 어디까지

9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 ‘구름물리선도센터’에서 진행된 기상조절 실험 모습. 연소탄이 폭발하면서 요오드화은(AgI)이 발생하고 있다. 요오드화은이 구름 속에 들어가면 수증기가 달라붙어 눈이 만들어진다. 이날 기상악화로 항공기 실험 대신 지상실험이 시행됐다.
평창=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9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 ‘구름물리선도센터’에서 진행된 기상조절 실험 모습. 연소탄이 폭발하면서 요오드화은(AgI)이 발생하고 있다. 요오드화은이 구름 속에 들어가면 수증기가 달라붙어 눈이 만들어진다. 이날 기상악화로 항공기 실험 대신 지상실험이 시행됐다. 평창=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센터에서는 인공강우와 안개 저감 기술도 연구하고 있었다. 인공강우 기술은 구름 속에 염화칼슘(CaCl₂)을 뿌려 수증기를 한데 모이게 해 특정지역에 집중될 비를 미리 내리게 하는 것이다. 안개 속 작은 물방울(지름 0.001mm)을 열 등으로 증발시키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상조절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센터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9차례 기상조절 실험을 한 결과 8차례(42%)만 성공했다. 기상청은 각종 장비를 보강해 2018년까지 기상조절 성공률을 선진국 수준인 65%대로 높일 계획이다. 기상청 김회철 통보관은 “20인승 기상조절 전용 항공기를 2016년 도입한다”며 “이 항공기는 요오드화은을 자동으로 살포하고 얼음입자, 강수영상 자동관측 등 첨단 장비를 갖춰 기상조절 성공률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