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비 늘자… 건보보장률 되레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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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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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PET-CT병원간 가격비교 가능하게
심평원 “진료 규격화로 비용 투명공개 추진”

병원에 따라 천차만별인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의 문제점을 지적한 본보 3일자 A1면 기사.
병원에 따라 천차만별인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의 문제점을 지적한 본보 3일자 A1면 기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병원의 비급여 진료에 대해 보건당국이 메스를 대기로 했다. 급증하는 비급여 진료비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높이는 ‘주범’이란 판단에서다.

▶본보 3일자 A1면 건보 비적용 진료비…
3일자 A3면 진료비, 부르는 게 값?
4일자 A3면 비급여, 왜 자꾸 늘어나나
4일자 A3면 배보다 배꼽이 큰 ‘선택진료비’
7일자 A8면 의료 시스템에 메스를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발표한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이 사실은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62.7%로, 2009년(64.0%)보다 1.3%포인트 낮았다. 건강보험 재정지출을 늘렸지만 환자의 지출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실제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13.3%에서 16%로 2.7%포인트 늘었다. 특히 선택진료비가 있는 대형병원의 비급여 본인부담률이 높았다. 2010년 기준으로 대형종합병원의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27.3%로, 동네의원(12.8%)을 크게 웃돌았다. 치과병원(57.9%)과 치과의원(50.1%)의 경우 진료비 절반 이상이 비급여 진료비였다.

이는 건보공단이 2010년 12월 727개 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의 진료비 202만6000건을 분석한 결과다. 박민정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증질환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렸지만 비급여 진료가 더 가파르게 증가해 보장률 지표가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손건익 복지부 차관은 “현재의 의료수가 시스템이 비급여 진료를 부추기고 있다. 이 의료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재 가동 중인 ‘건강보험 개혁 태스크포스(TF)’에서 비급여 진료 정책도 만들어진다. TF 책임자인 최희주 건강보험정책관은 “비급여 대책은 당장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며 “급여, 비급여의 구분 없이 개인이 지출하는 총 의료비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괄수가제 시범사업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면 질병별로 환자가 내는 진료비 상한선을 정해놓기 때문에 비급여 부담이 줄어든다. 배경택 보험급여과장은 “현재 7가지 질병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데,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비급여 진료 항목을 대상으로 면밀한 조사를 거쳐 시급한 항목부터 내년에 건강보험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급여 진료의 코드를 통일하는 작업을 하기로 했다. 지금은 병원이 모든 재량을 갖고 비급여 진료 명세와 비용을 공개하고 있어 병원 간 비교가 어렵다. 앞으로는 항목별로 통일된 코드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환자는 어느 병원이 더 싼지 쉽게 알 수 있다. 게다가 병원 간의 가격경쟁을 유도해 비급여 진료비를 낮출 수도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의료인의 진료행위는 어림잡아 25만 가지에 이른다. 따라서 모든 진료행위에 대해 통일된 코드를 당장 부여하기는 불가능하다. 심평원은 일단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컴퓨터단층촬영(PET-CT) 같은 고가의 검사장비 사용료와 상담료에 대해 코드를 통일하기로 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진료행위를 세분하는 작업은 의료계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최대한 머리를 맞대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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