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주여성 ‘꿈 한 스푼+희망 두 스푼’… “우리도 바리스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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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건물. 1층 유리문을 열고 로비에 들어서자 구수한 커피향이 풍겼다. 와플을 구울 때 나는 고소한 냄새도 은은하게 퍼졌다. 향기의 진원지는 로비 한쪽에 있는 카페. 바로 이날 문을 연 다문화카페 ‘우리’였다. 영어 이름은 ‘카페 위(cafe Wee)’.

○ “바리스타 되기 어렵지 않아요”

이곳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5명은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여성들이다. 필리핀 출신인 조크레실다 씨(34)는 한국에 온 지 8년째를 맞았다. 멋진 유니폼을 입고 능숙하게 커피머신을 조작하는 모습이 전문 바리스타 못지않았다. 결혼 초기 한국에서 생활하며 경제적,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탓인지 이날 개업식에서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조 씨(남편 성을 딴 것)는 “경제적인 문제로 처음 한국에 왔을 때에는 모텔에서 머물기도 했다”며 “심지어 필리핀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 집도 있고 아이들도 잘 자라고 있다”며 “언젠가 필리핀에 돌아가 카페를 열자는 얘기를 남편과 했다”며 웃었다.

캄보디아에서 온 스레이멋 랫 씨(22)는 앳된 얼굴에 수줍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와플을 굽고 커피를 내리는 얼굴에는 호기심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랫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전문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카페가 문을 연 이날 하루 100여 명의 손님이 카페를 찾았다. 정윤주 우리다문화가정센터 총무팀장(37·여)은 “4월부터 8개월 동안 커피박람회 등을 다니며 꾸준히 교육을 받아 전문 바리스타 못지않은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 쉼터, 일터 그리고 배움터


다문화카페 ‘우리’는 성남시 마을기업이다.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이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취지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성남시는 앞으로 최장 2년간 다문화카페에 80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결혼이주여성 5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수익금 일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쓰이게 된다.

결혼이주여성의 사회 적응과 경제적 자립을 돕는 다문화카페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경기 가평군 가평읍 읍내리에는 ‘아하’라는 다문화카페가 있다. 아하는 놀랄 때나 반가울 때 나오는 감탄사를 의미한다. 8월 말 문을 열었고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3명이 일하고 있다. 원두커피를 비롯해 베트남 전통음료 등에 대한 호응이 높아 현재까지 약 25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곳 역시 마을기업으로 정부와 가평군의 지원을 받고 있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3가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에 들어선 다문화북카페는 문을 연 지 9개월을 맞았다. 커피와 음료 등을 판매하는 카페에 300여 권의 책을 비치해 다문화가정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 관계자는 “다문화가족의 모임장소로 유용하다”며 “내년에는 카페를 활용해 이주여성들의 취업과 직업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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