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가는 ‘不孝’… “자식에게 생활비 받아달라” 소송 9년새 3배로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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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끊었으니 복지급여 달라” 소송… 大法지급 판결

전통적 효(孝) 사상이 갈수록 옅어지고 가족해체가 가속화하면서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문제를 둘러싼 법적다툼이 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생계가 곤란한데도 주민등록상 부양 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사회복지서비스와 급여 제공을 거절당한 권모 씨(68·여)가 대구 달서구청장을 상대로 낸 사회복지서비스 및 급여 부적합결정처분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권 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30일 밝혔다.

권 씨는 남편의 사업 부도로 생계가 어렵게 되자 지난해 4월 달서구에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권 씨의 장남이 5000만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월 소득이 700만 원이 넘어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권 씨는 “장남 부부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고 아들이 부양을 기피하고 있다”며 항변했지만 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권 씨와 장남의 관계가 악화돼 연락과 왕래가 끊겼다”며 권 씨에게 사회보장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부양의무가 있는 아들이 있어도 부양을 명백히 거부하거나 기피한 점이 인정되면 부모를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올 8월 기초생활보장 급여수급자 157만 명을 조사해 부양가족이 있어 급여가 취소될 뻔한 2만2000명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교류가 없었던 점을 인정해 이들의 자격을 유지한 바 있다. 반면 부양가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3만3000명의 급여 수급자격은 취소했다.

최근에는 연로한 부모가 부양을 기피하는 자녀를 상대로 부양료 청구 소송을 내 법원에서 인정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 4월 서울가정법원에서는 60대 어머니가 성형외과 의사인 아들을 상대로 생활비를 달라며 낸 부양료 청구소송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매달 부양료 5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 같은 부양료 청구 소송은 2002년 68건에서 지난해 203건으로 9년 만에 3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또 양아들이 손자들의 유학비용을 주지 않는다며 5년간 부양과 왕래를 끊자 양부모가 양아들을 상대로 파양 소송을 내 양친자 관계를 정리한 사례도 있었다. 입양한 아들에게 친부모 못지않은 애정을 쏟았는데도 양아들이 학교를 자퇴하고 게임에만 몰두하자 양부모가 파양 소송을 내 이긴 판결도 나왔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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