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국가 현실 반영”… 이산가족 중혼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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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주민 상속권 인정하지만 北에 재산 반출땐 엄격 심사

앞으로 북한 주민도 남한에서 사는 부모 등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게 된다. 또 6·25전쟁 정전협정 전 북한에서 결혼한 사람이 전쟁이 끝난 후 남한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면 제한적으로 중혼(重婚·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거듭 혼인하는 것)이 인정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남북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특례법은 2009년 4월 북한 주민 4명이 6·25전쟁 때 월남한 아버지의 상속재산을 달라며 소송을 내는 등 이산가족 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분쟁이 증가하는 것에 대비해 마련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기준 북한에 친인척을 둔 국내 이산가족은 71만 명이다. 지난달 말 현재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한 이산가족은 12만8000여 명에 이른다.

특례법은 북한 주민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하고 상속지분도 남한 주민과 동일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남한 주민이 피상속인을 모셨거나 재산의 유지·증가에 기여했을 때 기여분을 인정하도록 했다. 또 북한 주민이 상속한 남한 재산을 북한으로 가져갈 경우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으로 반출할 때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관리 방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례법은 장기간 남북 분단 때문에 이뤄진 재혼을 불법적인 중혼으로 보면 현재 가족관계가 흔들린다는 지적에 따라 정전협정 이전 혼인신고를 한 뒤 남북으로 갈라진 부부가 각자 재혼한 경우 재혼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했다. 남북으로 갈라진 부부 중 한쪽만 재혼한 경우에도 중혼을 이유로 나중에 한 결혼을 취소할 수 없도록 했다. 현행 민법은 북한에 배우자를 두고 월남한 사람이 재혼한 경우 중혼이 돼 취소되는 등 장기간 분단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정전협정 이후 결혼한 북한 주민이 탈북 뒤 국내에서 재혼하는 경우 이 특례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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