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건설 방해말라”… 법원, 정부 손 들어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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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신청 일부 인용 “명령 한번 위반때마다 1인당 200만원씩 배상”

정부와 해군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마을 주민과 시민운동가 등을 상대로 낸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곧바로 공권력을 행사하겠다고 밝혀온 해군이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설치한 공사 방해 시설물을 철거하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설지 주목된다. 공사 반대 측 역시 다음 달 초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끝까지 공사를 막겠다는 의견이라 양측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 “토지 사용-점유 방해해서는 안 돼”

제주지법 민사합의3부(부장판사 오현규)는 29일 정부와 해군이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을 비롯한 주민 및 시민운동가 72명과 강정마을회 및 시민단체 5곳을 상대로 낸 공사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강 회장 등과 강정마을회 및 5개 단체는 정부와 해군이 토지와 공유수면을 사용하거나 점유, 항행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이 명령을 한 번씩 위반할 때마다 1인당 200만 원씩 정부와 해군 측에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강정마을회 등이 공사를 막기 위해 중덕해안에 설치한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등을 철거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사업시행자인 정부와 해군이 직접 대집행의 방법으로 시설물을 철거할 수 있다”며 각하했다. 해군이 이 시설물들을 직접 철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 “공사 재개할 것” vs “법원결정 수용 못해” ▼

다만 재판부는 정부와 해군 측의 “건설사업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요청에는 “포괄적으로 반대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 반대 단체 “법원 결정 용납 못해”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공사 반대 측 주민들은 “재판부에 제출할 소명자료를 준비하던 중에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반대 측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대검찰청이 개최한 공안대책회의는 국민에 대한 탄압이자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라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범도민 서명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11시에는 해군기지사업단 인근 건설현장 입구에서 문정현 신부 등의 집전으로 세 번째 생명평화미사를 여는 등 반대 운동을 계속 이어갔다.

반면에 해군은 이날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 조립을 완료하는 등 조만간 공사를 재개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이어갔다. 해군 관계자는 “법원이 포괄적 공사 반대 행위를 금지하지 않아 100% 만족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해군기지 건설의 정당성이 인정된 만큼 국가, 제주도의 평화와 이익을 위해 해군기지 건설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양측 긴장감 고조


현재 기지 건립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강정마을 해안을 점령하고 있다. 강정포구 동쪽인 속칭 ‘중덕’과 ‘구럼비’ 해안에는 반대 단체들이 불법으로 설치한 비닐하우스 천막 5, 6동 등이 들어서 있다. 인근 중덕 삼거리에는 경찰과 반대 단체 회원들이 50여 m의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으며 반대 단체 회원 30여 명은 2, 3인용 텐트 10여 개를 비롯해 컨테이너 박스, 천막 등을 농로에 설치하고 경찰과 해군, 공사 관계자 등의 진입을 막고 있다.

또 이들은 다음 달 3일 문화제 등 대규모 집회도 준비하고 있다. 행사 주최 측은 김포공항에서 강정마을로 가는 ‘평화비행기’를 띄우고 제주도 전역에서 ‘평화버스’를 출발시키는 등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반대시위도 개최할 방침이다.

제주해군기지 건립은 서귀포시가 관리하던 해군기지 내 농로와 도랑 5839m²(약 1770평)가 용도 폐지된 후 이달 초 해군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중덕 삼거리 등에 공사용 펜스 설치가 임박한 상태다. 해군은 법원 집행관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공시하면 계도 기간을 거쳐 해군기지 터 내 시설을 보호하고, 공사를 재개하기 위한 6m 높이의 펜스를 설치해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서울, 경기지역 경찰병력이 추가 배치되면서 해군기지 공사장 펜스 설치를 위한 공권력 행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예정대로라면 펜스가 설치되는 즉시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지만 반대 측 주민들이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정부와 해군이 공권력을 행사할 경우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제주해군기지 추진일지

△ 1993년=해군본부 해군기지 건설 제기
△ 2005년=최초 후보지인 서귀포시 화순항 지역주민 반대
△ 2007년 2월=국방부, 제주도에 해군기지 동의 협조 요청
4월=강정마을회 임시총회, 해군기지 유치 결정
5월=제주도, 국방부에 해군기지 건설 동의 통보
5월=노무현 대통령, 국가안보를 위해 제주해군기지 건설 필요성 언급
8월=강정마을회, 임시총회 유치 결정을 뒤집고 해군기지 건설 반대 입장 표명
△ 2010년 2월=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반발로 해군기지 착공 무기 연기
11월=우근민 제주지사, 해군기지 수용의사 공식 발표
△ 2011년 4월=해군기지 주변 지역발전계획 수립을 명문화한 ‘제주도특별법’ 개정안 통과
8월=검찰, 업무방해 혐의로 4명 구속 기소, 70여 명 수사 중
8월=제주지법,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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