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제주 정전… 항공기 결항… 2명 사망 1명 실종… 진로 바꾼 ‘무이파’ 한반도 더 큰 피해

  • Array
  • 입력 2011년 8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초속 15m 강풍… 수도권 출근길 비상

불청객이 부른 해운대 파도 7일 한반도 서해상으로 북상 중인 제9호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8일까지 제주와 서해5도에는 최대 300mm의 집중 호우가 내리고 내륙지방 곳곳에는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됐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불청객이 부른 해운대 파도 7일 한반도 서해상으로 북상 중인 제9호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8일까지 제주와 서해5도에는 최대 300mm의 집중 호우가 내리고 내륙지방 곳곳에는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됐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제9호 태풍 ‘무이파(MUIFA)’의 위력은 가공할 정도였다. 홍도에서는 순간 초속 46m의 강풍이 불었고 제주도 한라산 정상부인 윗세오름(해발 1673m)엔 7일 하루 만에 무려 600.5mm의 비가 내려 백록담에도 깊이 3m의 물이 고였다. 서울 경기 전역엔 8일 오전 2시부터 태풍 주의보가 경보로 바뀌어 발령됐다.

태풍 피해는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항공편이 결항되면서 휴가로 제주를 찾은 피서객 3만여 명의 발이 묶였고, 서남해안 지역 배편도 모두 운항이 금지됐다. 8일 오전에는 수도권 등 중서부 지방에 많은 비가 예상돼 추가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 강풍에 600년 거목도 부러져

7일 오전 7시 20분경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에서 수령 600년 된 천연기념물 제161호 팽나무 밑동이 부러져 조선시대 관아 건물인 일관헌을 덮쳤다. 이 팽나무는 높이 20m, 둘레 4.4m에 이르는 거목으로 나무가 쓰러지면서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7호인 일관헌이 반파됐다.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에서도 선착장 방파제(500m) 가운데 100m의 상단부 2∼3m가 파고 10m 이상의 초대형 파도에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초대형 파도는 방파제에 맞물려 쌓아 둔 대형방파제구조물(테트라포드) 수백 개를 휩쓸어간 것으로 관측됐다. 개당 3t가량인 테트라포드도 무이파 강풍과 파도에 휩쓸려 무너진 것.

이날 홍도에서 관측된 태풍의 순간풍속은 초속 46m를 넘어선 것으로 측정됐다. 가거도 주민 김장남 씨(56)는 “50년 넘게 가거도에서 살았지만 이렇게 강한 태풍은 난생처음”이라고 말했다. 관할 신안군은 가거도에 이날 하루 종일 외출금지령을 내렸다. 또 이날 오후 광주 전남 지역 11만3000가구, 제주도 4만6000여 가구 등 15만9000여 가구가 강풍으로 정전사태가 빚어져 큰 불편을 겪었다.

인명피해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 반경 전남 완도군 고금면 화성리 방파제에서 어민 김모 씨(74)가 1t급 소형어선을 옮기려다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져 숨졌다. 부산에서도 기장군 해광사 앞바다에서 낚시를 하던 김모 씨가 바다에 빠져 숨졌다. 또 부산 사하구 감천항 서방파제에서도 청소 리어카를 회수하려던 부두관리 용역업체 직원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김포와 제주 인천 김해 등 전국 공항에서 이날 하루 동안 항공기 338편이 결항됐고 제주와 남서해안에서는 89개 항로의 운항이 중단됐다.

○ 긴장하는 재난당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발생한 서울 우면산 산사태와 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날 산사태위험지와 급경사지 등 3078개 지점을 긴급 점검했다. 지하수 침수가 우려되는 지점과 대형 공사장 등에는 모래주머니를 추가로 쌓아 침수에 대비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무원 7100여 명이 동원돼 안전 점검을 벌였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 남서해안 주요 해수욕장은 입욕이 금지됐고 제주와 전남 일대에는 선박 4만8000여 척을 대피시켰다.

○ 무이파 진로 왜 바뀌었나


태풍 무이파가 한반도에 직접 상륙하지 않았음에도 피해가 비교적 컸던 것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태풍의 힘에 편서풍(서→동)이 합쳐져 태풍의 중심을 기준으로 오른쪽인 동쪽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태풍이 동해안을 통과할 때보다 서해안을 통과할 때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한라산 정상 부근을 제외한 제주도의 하루 강수량은 299mm(오후 10시 기준)로 1923년 관측 개시 이래 8월 강우량 역대 1위를 경신했다. 장흥에서는 1999년 8월 3일(31.8m) 이후 가장 센 최대 순간풍속 초속 26.4m의 바람이 불었다.

중국으로 향하던 무이파가 갑자기 진로를 바꿔 7일 한반도 서해상으로 북상한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변덕’ 탓이다. 한반도 동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고기압이 확장되면 태풍의 진로가 중국으로 밀려나는데 예상보다 고기압의 힘이 약해 서해상으로 올라오게 됐다는 설명이다. 8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전남 전북 경남 지리산 부근 서해5도 제주도가 40∼200mm, 서울 경기 충남 충북에는 30∼100mm 이상, 강원도 경남 경북 10∼60mm다.

목포=김권 기자 goqud@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