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斷指로 쓴 대한독립… 2011년 그 12인을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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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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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단지동맹기념비’ 러 크라스키노에 새로 건립

새로 만든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 기념비 제막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을 얹고 있는 부분이 작은 
비석으로, ‘12인을 기억하다’란 비문을 새겼다. 뒤에 보이는 것이 큰 비석이다. 크라스키노=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새로 만든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 기념비 제막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을 얹고 있는 부분이 작은 비석으로, ‘12인을 기억하다’란 비문을 새겼다. 뒤에 보이는 것이 큰 비석이다. 크라스키노=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러시아와 북한 국경 인근에 오랫동안 방치돼온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斷指同盟)’ 기념비가 새로 세워지고 그 주변이 공원으로 조성됐다. 새 기념비가 들어선 곳은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크라스키노 지역에 있는 한국 기업 유니베라의 현지 농장 앞이다.

광복회는 4일 낮 12시(한국 시간 오전 10시) 이곳에서 유니베라 러시아법인,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국가보훈처 등과 함께 ‘단지동맹 기념비’ 제막식을 열었다.

크라스키노는 두만강과 멀지 않은 국경지역으로, 1910년 전후 항일의병투쟁의 중심지였다. 안의사는 1908년 4월 이곳에서 러시아 내 최초의 의병조직인 동의회를 조직해 항일무장투쟁을 벌였으며 이듬해 3월 김백춘 김천화 강창두 박봉석 정원주 유치홍 조응순 백규삼 김기룡 강순기 황영길 등 동지 11명과 함께 왼손 넷째 손가락을 끊어 태극기에 ‘대한독립’ 네 글자의 혈서를 쓰며 조국의 독립을 결의했다. 안 의사는 같은해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했다.

광복회와 고려학술문화재단은 2001년 10월 안 의사의 단지동맹을 기념해 크라스키노 추카놉카 마을 강변에 처음으로 기념비를 세웠다. 하지만 기념비가 강물의 범람으로 자주 물에 잠기고 주민들에 의해 훼손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현지에서 약용작물 재배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 유니베라가 2006년 관리가 쉬운 농장 앞 공터로 비석을 옮겼지만 이 지역이 다시 국경지대로 편입되면서 러시아 보안당국의 허가 없이는 출입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광복회와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유니베라 측이 나서 국경지역을 벗어난 유니베라의 다른 농장 앞에 다시 기념비를 세우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새로 세워진 기념비는 모두 2점. 하나는 높이 4m, 폭 1m 정도의 큰 비석이고, 다른 하나는 높이와 폭이 각각 1m 정도인 작은 비석이다. 큰 비석에는 ‘1909년 3월 5일 12인이 모이다’라는 비문을, 작은 비석에는 ‘2011년 8월 4일 102년이 지난 오늘 12인을 기억하다’라는 비문을 새겼다. 기존의 기념비는 이곳으로 옮겨와 작은 기념비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웠다.

단지동맹 기념비 신축 사업에 들어 간 비용은 유니베라 측이 전액 부담했다. 최재영 유니베라 러시아법인장(45)은 “역사적인 기념물을 잘 보존하는 것이 후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 전액 후원을 했다”며 “더 많은 국민이 편하고 쉽게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유철 광복회장은 “그동안 안 의사를 비롯한 12명의 숭고한 정신이 담긴 기념비가 훼손되는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구한말 항일운동의 중심지였던 크라스키노에서 그 흔적을 잘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행사에는 송영길 인천시장,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 신낙균 민주당 의원, 변대규 휴맥스 사장 등 국내 정재계 인사와 러시아 연해주 주정부 인사 등 170여 명이 참석했다.

크라스키노=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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