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쥐 뉴트리아 토종 생태계 교란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일 03시 00분


1990년대 들여온 뉴트리아
수초 뿌리까지 먹어치워 낙동강 일대 번식 급증

외국에서 무분별하게 들여온 생물들이 토종 생태계를 교란하는 일이 전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뉴트리아가 낙동강 일대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161개 조사지역에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목된 16종(동물 5종, 식물 11종)의 분포지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다.

야행성 쥐의 일종인 뉴트리아는 전국 11개 조사지역에서 모두 151마리가 관찰됐다. 뉴트리아는 2009년 6월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돼 지난해 처음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부산 삼락공원, 맥도공원, 양산 양산천, 함안 대평늪, 질날늪, 함안천, 창원 주남저수지 등지에서 뉴트리아의 서식 밀도가 높았다. 과학원은 “부산의 경우 2009년 14마리였던 포획 수가 2010년 136마리로 늘었다”며 “부산시가 민간보상제도 등을 적극 추진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도 부산 맥도공원에서만 69마리를 발견하는 등 개체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트리아는 1990년대 초 식용 및 모피용으로 남미에서 들여왔다. 뉴트리아는 저수지나 논둑 같은 곳에 구멍을 내고 살면서 수초(水草)의 뿌리까지 뜯어 먹거나 수서곤충 등을 먹어 치우며 토종 생태계를 교란한다. 뉴트리아는 설치류의 특성상 1년에 2회 임신하고 한 번에 7, 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과학원은 “경남 낙동강 수계에 집중돼 있던 뉴트리아가 이제는 낙동강 수계 이외의 지역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며 “뉴트리아는 국내에 천적이 거의 없어 자연적인 개체수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정착할 경우 급속한 증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국내 주요 대형 호수를 대상으로 한 12개 조사지역 중 평택호 장성호 낙동강하구 주남저수지 제주도 등 5곳에서는 외래어종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파랑볼우럭이 전체 어종 중 30.7%로 가장 많았다.

황소개구리 역시 전국 16곳에서 1001마리가 관찰됐다. 황소개구리는 일부 지역에서는 감소 추세를 보이지만 충남과 전남북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개체수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학원은 “생태계 교란종이 토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이들의 분포 현황과 개체수 증감 등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외래종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외래종 퇴치와 함께 외래종 위해성 인식 및 올바른 생태관 확립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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