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파문]美 국방부, 6·25 실전 사용 위해 고엽제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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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보고서에 드러나

미국 국방부는 6·25전쟁이 진행 중이던 1952년 실전에 사용하기 위해 고엽제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엽제 전문가인 앨빈 영 박사가 미 국방부 용역을 받아 2006년 12월 국방부 차관에게 제출한 ‘미국 국방부의 전술 제초제 시험, 개발 및 저장 프로그램의 역사’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 씨는 이 보고서를 발견해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1952년 메릴랜드 주 캠프 데트릭에 있는 미 육군부의 생화학 실험실은 한국전쟁 실전배치를 상정하고 공중분사식 장비와 고엽제 개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개발된 고엽제와 공중살포 기기는 결국 6·25전쟁에서 사용되지 않았고, 괌에 그대로 보관됐으며 고엽제 드럼통은 메릴랜드로, 분사장비는 유타로 보내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보고서는 “동남아 이외의 지역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고엽제가 사용된 것은 1968년과 1969년 두 차례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였다”며 “한미 양국 정부는 미국이 개발한 5가지 고엽제 중 에이전트 오렌지와 블루의 사용에 합의했다”고 적었다.

또 1968년 4월 15∼28일 실시된 고엽제 DMZ 1차 살포작전 당시 한국군 1군단 장병 3345명이 동원됐으며, 가루 형태의 고엽제인 모뉴런을 맨손으로 뿌리거나 기계를 사용해 살포했다. 보고서는 “수작업 또는 기계로 1560에이커(약 631만3320m²)에 걸쳐 에이커당 255파운드씩 39만7800파운드를 뿌렸다”며 “군인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지역의 양쪽 5m 지역을 걸어 다니며 작은 구슬 모양으로 된 모뉴론을 뿌렸다”고 명시했다. 미군 요원들은 고엽제를 뿌리거나, 섞거나, 희석시키는 등 고엽제를 직접 다루는 어떤 행위에도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당시 살포된 모뉴론이 7800드럼, 즉 39만7800파운드(약 18만439kg)로 기록돼 있다. 한국 국방부가 1999년 11월 발표한 모뉴론 살포량 7800파운드(약 3538kg)보다 51배 많은 것이다. 당시 한국 국방부가 고의적으로 모뉴론 살포량을 축소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당시 발표된 에이전트 오렌지와 에이전트 블루의 살포량이 보고서 기록과 일치하는 것을 감안하면 모뉴론 7800드럼을 7800파운드로 잘못 발표한 실수였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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