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파문]“캠프 캐럴에 드럼통 묻은 1978년 美2사단, 고엽제 전량 폐기 명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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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주한미군 잇단 증언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주한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서 1978년 4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독성 물질인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를 묻었다는 전 주한미군의 폭로에 이어 비슷한 시기에 다이옥신 제초제를 모두 없애라는 명령이 모든 주한미군 부대에 일제히 하달됐다는 전 주한미군의 증언이 나왔다.

1977년부터 1978년까지 미 육군 2사단 사령부에서 복무한 래리 앤더슨 씨는 6·25전쟁 참전용사의 아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코리안 워 프로젝트(Korean War Project)’ 홈페이지에 올린 글(2009년 8월 18일)에서 “1977년에서 1978년에 2사단 IG팀 장군의 명령을 받아 비무장지대(DMZ)에서 특별임무를 수행했다”며 “당시 2사단의 모든 창고에 저장돼 남아 있는 다이옥신 전량을 폐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명령은 우리 부대뿐 아니라 전 부대에 걸쳐 내려진 것이었다”며 “사용되지 않은 ‘에이전트 오렌지’가 한국에 1977년까지도 남아 있었다”고 적었다.

1978년은 고엽제 드럼통을 묻었다고 폭로한 전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 씨가 경북 칠곡군의 캠프 캐럴에 복무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당시 다이옥신 제초제를 전량 폐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1978년은 유독성 화학물질 매립으로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러브 커낼’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켰던 때다. 또 국제사회에서도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가 알려지면서 소송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증폭되는 시기였다.

의무병으로 1968년에도 의정부 미군기지인 캠프 스탠리에 복무했다는 앤더슨 씨는 “당시 캠프 스탠리에 복무하면서 캠프 머서(경기 부천시 오정동에 있던 전 미군기지)에도 파견 근무를 하면서 부대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일을 했으며 쥐를 잡는 것도 일과 중 하나였다”며 “1968년 봄부터 여름까지 캠프 내 화장실과 막사, 식당 등 모든 건물 주변에 고엽제를 뿌렸다”고 밝혔다. 또 그는 “DMZ뿐 아니라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여러 곳에서도 부대와 함께 고엽제를 살포했다”고 이 웹사이트에 적었다.

앤더슨 씨는 “미국 정부가 한국의 여러 지역에 고엽제를 뿌려놓고도 아직도 거짓말을 하고 속일 뿐 아니라 고엽제를 살포한 양과 범위도 줄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퇴역미군인 래리 킬고어 씨도 이 사이트에 올린 글(2009년 3월 29일)에서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비무장지대뿐 아니라 한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고엽제가 광범위하게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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