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구벌]직립보행 인류의 쾌거 육상, 대구의 잠재력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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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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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D-100… 8월 27일 개막
세계3대 스포츠축제중 하나… 국제적 위상 확인

12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국제육상대회에서 각국 선수들이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8월 27일 이곳에서 개막하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달리는 지구촌 축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2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국제육상대회에서 각국 선수들이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8월 27일 이곳에서 개막하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달리는 지구촌 축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땅 위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백과사전은 얼룩덜룩한 점박이 ‘치타’가 포유류 가운데 가장 빠른 동물이라고 설명한다. 출발 2초 만에 시속 70km대에 이르고 최고 시속은 100km 안팎이다. 치타가 다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사냥감을 낚아채는 장면을 TV에서 자주 봐서 그런지 백과사전의 이 같은 풀이는 으레 그러려니 느껴진다.

그럼 사람은? 육상경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를 떠올릴 것이다. 100m를 9.58초(시속 43km)에 달리는 볼트라 하더라도 치타와 비교하면 걸음마에 불과할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치타가 지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라고 하는 사전의 설명은 진실일 수 없다. 치타는 지구력이 부족해 시속 80∼100km로 200∼300m 정도 달릴 수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치타는 사람보다 2개 더 많은 네 다리로 달린다. 이렇게 보면 볼트와 치타가 500m 경주를 한다면 볼트가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이봉주와 마라톤 풀코스를 겨룬다면 치타는 아예 포기할 것이다. 치타의 화려한 몸놀림은 따지고 보면 속 빈 강정이다. 새삼 ‘사람의 두 다리’가 자랑스럽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출발점은 무엇일까? 바로 두 발로 걷는 이족직립보행(二足直立步行)’이다. 두 발 덕분에 땅에서 해방된 손과 팔은 온갖 도구를 만들었고 비로소 문화(문명)도 가능해졌다. 다른 동물처럼 사족(四足)을 땅에 대고 다니면 사람도 침팬지나 원숭이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300만 년 전쯤부터 시작된 인류의 조상이 사냥을 하면서 생존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혜택은 바로 직립보행이다. 직립보행 덕분에 사람은 맹수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지금껏 지구에 살아남았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동작이야말로 어쩌면 직립보행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뿌듯한 모습일지 모른다. 고대 그리스인은 직립보행의 깊은 뜻을 잘 알았는지 달리기 같은 육상경기를 신(神)을 위한 의식(儀式)으로 여기며 올림픽도 열었다.

8월 27일 대구스타디움에서 개막하는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직립보행하는 사람의 사람다움을 자축하는 지구촌 축제다. 보통사람보다 더 빨리 달리고 던지고 뛰어오를 뿐 무대에 등장하는 선수와 이들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관중은 직립보행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나도 저렇게 해봤으면’ 하는 충동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공감(共感) 때문일 것이다.

○ 글로벌 품은 달구벌

대회 주제가 ‘함께 나아가자’를 열창하는 가수 인순이(오른쪽)와 허각 씨. 이들은 세계육상대회 D-100일에 맞춰 1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음악회에서 주제가를 부를 예정이다.
대회 주제가 ‘함께 나아가자’를 열창하는 가수 인순이(오른쪽)와 허각 씨. 이들은 세계육상대회 D-100일에 맞춰 1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음악회에서 주제가를 부를 예정이다.
달구벌 대구에서 지구촌 최대 육상경기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볼을 꼬집어보며 꿈인지 현실인지 다시 확인해봐야 할 정도로 믿기지 않는다. 대구가 처음 이 대회 유치를 꿈꿨을 때 안팎의 반응은 냉담했다. 육상경기라면 내세울 게 별로 없는 데다 서울도 아닌 지역도시에서 유치할 수 있겠느냐며 “세상 물정을 그렇게도 모르느냐”고 했다. 그러나 2007년 3월 케냐 몸바사에서는 러시아 모스크바도, 호주 브리즈번도 아닌 ‘대구, 코리아’가 환호를 질렀다.

2011년 여름, 대구에서 세계육상대회가 열리는 것은 올림픽, 월드컵 축구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행사라는 뜻을 넘어 좁게는 대구에, 넓게는 한국에 문명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 일회성 체육대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구로서는 달구벌이라는 분지형 고장이 오랜 제자리 걸음을 훌훌 털고 지구촌으로 뻗어나가고 대한민국은 대구를 에너지 삼아 ‘더 큰’ 코리아를 지구촌에 펼치려는 것이다.

‘달구벌’은 ‘글로벌’의 싹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다. 발음도 비슷하지만 ‘달(達)’은 막힘을 걷어내고 사방으로 뻗어나간다는 뜻이다. 팔공산과 비슬산이 둘러싼 분지인 ‘대구(大邱)’가 더 크게 부풀면 곧 지구만큼 큰 구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 속에 숨어 있던 용이 비로소 ‘때’를 만나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형국이 지금의 달구벌이다. 일제강점기에 국권 회복을 위한 국채보상운동이 대구에서 시작되고 1960년 3·15 마산의거와 4·19혁명으로 이어진 2·28 민주의거가 대구에서 분출한 것은 달구벌이 좁은 울타리가 아니라는 것을 웅변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할 마라톤의 출발점과 골인점이 스타디움이 아니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으로 한 이유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40여 개 종목의 육상경기가 9일 동안 펼쳐지는 대구는 65억 지구촌 가족의 눈이요 귀다.

2007년 3월 케냐 몸바사에서 대구가 2011년(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로 확정되자 김범일 대구시장, 라민 디악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 신필렬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오른쪽 부터)이 환호하고 있다.
2007년 3월 케냐 몸바사에서 대구가 2011년(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로 확정되자 김범일 대구시장, 라민 디악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 신필렬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오른쪽 부터)이 환호하고 있다.
대구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 또한 단순히 신약 개발 등 의료산업을 일으키려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직립보행하는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싶은 꿈이 담겨 있다. 1650년대부터 시작된 대구 약령시(藥令市)가 지금까지 그 맥(脈)을 이어오는 바통을 이어받으려는 것이다. 대구가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한 ‘글로벌 달구벌’로 질주하는 가슴 뛰는 광경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사인 볼트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지만 볼트 또한 자메이카 출신의 직립보행 동료일 뿐이다. 볼트가 100m를 9초대에 달릴 때 대구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관객들도 함께 달리는 것이다. 그저 구경꾼이 아니다. 철학책을 즐겨 읽는 장대높이뛰기 선수 옐레나 이신바예바가 5m를 뛰어오를 때 관중도 함께 날아오르는 것이다. 육상대회는 선수와 관객의 구분 이전에 직립보행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여는 잔치다.

최근 대구스타디움과 선수촌 등 대회 준비상황을 직접 살펴본 라민 디악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은 “이 대회와 함께 올림픽, 월드컵 축구 등 지구촌 3대 스포츠 대축제를 모두 개최한 한국은 스포츠에서도 국제적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며 “벌써 입장권이 60% 가량 판매된 데다 준비상태도 눈부실 정도여서 역대 최고의 대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구스타디움에서 또는 TV를 통해 선수들과 함께 달리고 뛰고 던지는 기분은 두 발이 자랑스러운 사람의 본능 아니겠는가. 대구세계육상대회를 손꼽으며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숫자로 본 대구::

253만2000명
의 인구가 살고 있다.

884km²
에 달하는 면적과

7조4213억 원
예산규모로

48%
의 재정자립도를 가진 도시다.

121만8000명
이 경제활동 인구로 일하며

2871개
의 10인 이상 제조업체가 있다.

32조9172억 원
(지역총생산(GRDP)

1346만 원
(1인당 지역총생산)

51억9000만 달러
(수출액)에 달하는 경제도시 대구.

54만8163명
의 학생과

4020개
의 의료관련 기관이 있으며

199개
의 등록문화재를 보러

170만6000명
의 관광객이 찾는다.

94만8764대
의 자동차가

894만 그루
의 가로수 길을 달리는

아름다운 대구로 오세요.

○대구세계육상대회 주제가 노래: 인순이, 허각

함께 나아가자 Let’s Go Together

들어봐 가슴 뛰는 고동소리를
모두의 꿈이 하나되는 순간을
우리 느끼자 맞잡은 두 손의 온기를
함께라 아름다운 지금을
보아라 둘이 모여 우리가 되고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오늘이 되고
달리자 우리 모두 오늘 이 길로
찬란한 내일이 펼쳐지리
오늘의 꿈을 모아 저기 빛나는 내일로
사랑이 가득한 곳 바로 여기서 하나로
Go let's go together!
Go let's go for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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