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선장 치료한 이국종 교수, 의료정책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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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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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짜리 중증외상센터? 몇년째 계획만 발표… 중환자실 침대라도 늘려야”

동아일보 DB
동아일보 DB
“1000억 원짜리 중증외상센터를 짓는다고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지금 중환자실 병상 한 개라도 늘리는 게 더 시급하죠.”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사진)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중증외상센터 건립 계획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교수는 “정부가 몇 년 전부터 몇억 원짜리 외상센터를 세운다는 계획만 발표해왔다”며 “차라리 필리핀처럼 외국 중증센터의 시설과 인력을 그대로 가져오는 게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가 일하는 아주대병원의 응급·외상 중환자실 병상은 20개. 환자가 몰려드는 탓에 병상은 늘 부족하다.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외상 중환자실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

이 교수는 얼마 전에 온몸이 으스러진 격투기 선수를 수술했다. 수술 후 중환자실에 남는 침대가 없어 다시 응급실로 옮긴 탓에 환자 몸에 욕창이 생겼다. 이 교수는 “엄밀히 말해 의료 과실이었지만 환자를 보낼 만한 다른 병원이 없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였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에는 중증 외상 환자를 즉시 대수술할 수 있는 ‘레벨1’ 외상센터가 한 곳도 없는 반면에 일본에는 그런 시설이 22곳이나 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000억 원을 들여 6개 권역별로 한 곳씩 중증외상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줄 수 없다는 최종 통보를 받았다.

복지부는 100억∼200억 원 규모의 외상센터를 20곳에 세우겠다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이마저 실행이 불투명하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청와대 관계자도 응급실 병상이 남는 병원에 10억 원 정도 투입해 외상센터를 만들자는 얘기를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전했다. 국내 여건상 응급실 병상이 남는 곳은 의료 수준이 낮을 가능성이 높고 10억 원이란 예산은 외상센터 건립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 교수는 “최소 50개 병상을 갖춘 외상전문센터가 한 곳은 있어야 한다”며 “거점이 될 만한 센터가 있어야 외상 전문 의사들을 키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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