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침’ 끝내 법정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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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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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協 “불법 무자격자가 시술” 주장… 검찰에 수사 의뢰
구당 “노 전대통령이 진실 밝혀야”… 침구사협회 “증거없이 음해”

구당 김남수 옹
구당 김남수 옹
대한한의사협회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관지에서 침(鍼)이 발견된 사건의 원인 제공자로 ‘침뜸의 명인’으로 불리는 구당 김남수 옹(96)의 여제자를 지목하면서 이번 사건이 한의사와 침구사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한의사협회가 이번 사건을 “불법 의료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라고 주장하는 반면 ‘뜸사랑’ 회원을 비롯한 침구사들은 “한의사협회가 정당한 자격을 갖고 시행하는 침뜸을 불법으로 몰아간다”고 반박하고 있다.

○ 한의사협 “불법 의료가 원인”

대한한의사협회는 11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협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 전 대통령의 몸 안에서 발견된 침은 불법 무자격자의 시술로 밝혀졌다”며 “수사기관은 이 불법 시술자를 반드시 찾아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수사촉구 진정서를 제출하는 한편 보건복지부를 방문해 의료인 과실에 대한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여러 건의 제보를 받은 결과 구당 선생의 여제자가 최근까지 노 전 대통령과 자주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며 “서울대병원이 공개한 침도 한의사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침의 형태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옹 측은 “한의사협회가 지목한 여제자가 누구인지 우리도 알지 못한다”며 “이번 논란이 해결되려면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 구체적 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옹 측은 또 “한의사협회 측이 아무런 책임이 없는 사람들의 증언을 빌려 뜸사랑을 음해하고 있다”며 “뜸사랑은 100만 명 이상의 환자에게 침 시술을 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의료분쟁을 겪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뜸사랑 측도 “한의사협회가 아무 근거도 없이 이번 사건을 침구사들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사건의 진위는 노 전 대통령 측에서 직접 밝히는 것이 온당하다”고 밝혔다.

○ 한의사 vs 침구사 갈등 재연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관지 안에서 발견된 침(鍼). 이 침이 몸 속에 들어간 사유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한의사와 침구사 단체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동아일보DB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관지 안에서 발견된 침(鍼). 이 침이 몸 속에 들어간 사유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한의사와 침구사 단체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동아일보DB
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들의 침뜸 시술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분위기다. 협회는 이날 “보건당국은 전문 의료기구인 ‘침’에 대한 일반인 판매를 금지하고 침구 관련 의료기사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입법 시도 역시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침구사 면허를 운영한 기간은 일제강점기부터 1962년까지로 이 기간에 면허를 받지 않은 침구사는 모두 불법 무자격자라는 게 협회의 시각이다.

이에 침구사 단체는 크게 반발했다. 침구사 단체 측은 “침구사들이 노 전 대통령의 기관지 침 사고를 냈다는 증거가 전혀 없는데도 한의사협회가 국가공인자격증을 내세워 침구사를 불법의 온상으로 음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뜸사랑 측도 “침 시술을 통해 침이 기관지로 들어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될 뿐더러 현행 의료법상 한방의료 행위에 침뜸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침 시술은 전혀 불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의사협회와 침구사 단체는 그간 침뜸의 합법성을 놓고 대립해 왔다. 한의사협회는 지난해에도 김옹을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데 이어 김옹으로부터 침뜸 기술을 배우는 사람들의 모임인 뜸사랑봉사회 회원 5명과 무면허 침구사 33명을 불법 의료행위로 고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침구사 단체는 “회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침구사 합법화를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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