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동부권 대변신]실용적이며 아름다운… 100% 우리 기술로 만든 또 하나의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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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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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대교’ 건설현장

전남 광양시 금호동과 여수시 묘도 사이를 잇는 이순신대교 건설 현장.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첫 현수교다. 다리는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개최 이전에 임시 개통된다. 대림산업 제공
전남 광양시 금호동과 여수시 묘도 사이를 잇는 이순신대교 건설 현장.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첫 현수교다. 다리는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개최 이전에 임시 개통된다. 대림산업 제공
《지난달 29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여수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 3공구 건설현장. 금호동과 여수시 묘도 사이 바다에 거대한 콘크리트 탑 2개가 우뚝 솟아 있다. 대림산업이 건설 중인 ‘이순신대교’ 주탑이다. 주탑에 올라서면 여수, 광양 시내와 여수국가산단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아래로는 남해바다가 펼쳐지고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남해대교까지 볼 수 있다.》

주탑 위에 설치된 탑정 크레인이 각종 장비와 자재를 들어 올렸다. 주탑에 연결한 작업로에서 150여 명이 메인 케이블 가설 작업을 벌였다. 현재 이순신대교 공정은 63%. 메인 케이블 가설 작업이 끝나는 11월부터 상판을 올리는 작업을 시작한다. 대림산업은 여수 세계박람회(엑스포)가 열리는 2012년 5월 이전에 임시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엑스포 전 임시 개통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을 굵은 케이블로 연결하고 그 케이블에서 수직으로 늘어뜨린 강선(와이어)에 도로 상판을 매달아 놓은 형태의 교량이다. 이순신대교는 왕복 4차로, 길이 2260m로 국내 최장 현수교다.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를 뜻하는 주경간장도 1545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주경간장을 1545m로 설계한 것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해인 1545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여수는 이순신 장군이 처음으로 수군 제독으로 부임했던 전라좌수영 본영이 있던 곳이고 광양 앞바다는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의 배경이 됐던 점을 반영한 것이다. 조형미를 한껏 살린 이순신대교는 여수 엑스포에서 ‘한국적인 미’와 ‘이순신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2007년 11월 착공한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 개설 공사는 2012년 말 준공 예정이다. 총연장은 9.58km, 총 사업비는 1조636억 원이 투입된다. 총 5개 공구로 나뉘어 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림산업이 맡은 이순신대교는 3공구 구간이다. 이 도로는 여수국가산단과 광양국가산단 간 원활한 물자 수송과 물류 비용 절감, 서남해안 관광개발 여건 개선 등을 위해 전남도가 발주했다. 모든 공사가 끝나면 여수와 광양 두 국가산업단지 간의 이동거리가 60km에서 10km로, 이동 시간은 80분에서 10분으로 줄어든다. 현재 여수산단에서 우회해 광양항으로 가면서 쏟아 붓는 비용과 시간이 말끔히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생산 유발 1조8734억 원, 부가가치 유발 3494억 원, 고용 창출 2만6192명에 이르는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분석하고 있다.

이순신대교와 같은 해상 특수교량은 지역 및 국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웅장한 주탑과 긴 케이블, 날렵한 모양의 상판은 자연 경관과 어울려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

전승현 전남도 건설방재국장은 “이순신대교가 완공되면 광양만권의 물류 혁명을 이루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 버금가는 관광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라며 “여수, 광양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다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현수교


그동안 국내에 건설된 현수교는 외국 엔지니어와 기술을 빌렸다. 그러나 이순신대교는 대림산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기술과 공법을 동원해 기술 자립을 이룩해냈다. 현수교의 설계에서부터 시공 및 유지보수까지 모든 분야를 자국 기술로 소화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덴마크 등 5개국에 불과하다.

두 개 주탑을 연결하는 케이블 가설 작업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수교 시공 과정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정이다. 무게가 수만 t에 이르는 케이블을 주탑과 앵커리지에 거치하는 작업은 대부분 공중에서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케이블 가설장비를 개발하지 못해 주로 일본에서 이를 임차해 사용해 왔다. 대림산업은 이 부분을 100% 국산화하기 위해 순수 국내 기술로 케이블 가설장비를 직접 개발했다. 장비 성능과 운영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묘도 쪽 해상에 이순신대교를 축소한 370m 길이의 가교를 만들어 성공적인 시험 작업을 마쳤다.

바다에서 상판까지의 높이는 최대 85m, 평균 71m나 돼 다리 밑으로 초대형 선박 운항이 가능하다. 주탑 사이 선박 운항 가능 폭은 1310m로, 길이 440m의 1만8000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1만8000개 선적)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2개가 양방향으로 운항할 수 있다.

다리는 규모 7, 8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1등급 기준으로 설계됐다. 이는 1000년에 1번꼴로 발생하는 대형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차량이 통행할 상부 구조물은 국내 최초로 유선형 트윈강박스 보강거더가 사용돼 최대 풍속 초속 90m까지 견딜 수 있게 건설된다. 대림산업은 이순신대교에서 완성된 한국형 현수교 원천 기술을 토대로 미국과 일본, 유럽의 건설사가 주도하고 있는 해외 특수교량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김지훈 대림산업 공무차장은 “이순신대교는 해상교량 기술 자립이라는 우리 토목학계와 건설업계의 오랜 꿈을 실현한 프로젝트”라며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이순신대교가 완공되면 여수 세계박람회의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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