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야 기다려라” 설레는 연평의 봄

  • Array
  • 입력 2011년 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 ‘北포격’ 100일 맞는 섬 표정

26일 인천 옹진군 연평면 당섬나루터 앞 공터에서 어부들이 본격적인 출어기를 앞두고 어망을 정리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평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6일 인천 옹진군 연평면 당섬나루터 앞 공터에서 어부들이 본격적인 출어기를 앞두고 어망을 정리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평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그래도 고향인데 열심히 살아야죠.”

어부들은 배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정성스럽게 닦아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동네 길을 돌며 뛰어다녔고 학교는 학생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해 끔찍했던 북한의 포격 도발도 ‘살아야 한다’는 사람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다음 달 2일로 포격 100일을 맞은 연평도. 26일 기자가 찾은 연평도는 포격 전(前)의 모습을 하나하나 되찾아가고 있었다.

○ 연평 주민, 닦고 쓸고… 힘찬 재기


이날 오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당섬나루터에서는 4월부터 시작되는 꽃게잡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주민들은 바닷물을 분사기로 내뿜어 배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어선들은 지난해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잠시 연평도를 떠났지만 지난달부터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해 이날 현재 40척으로 늘었다.

삼성호 선장 최창선 씨(49)는 “일부 어선은 이미 조업을 시작했다”며 “한동안 조업을 못 해서인지 젊은 시절 처음 바다에 나설 때 같은 설렘을 느끼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동네를 뛰어다니는 개구쟁이들의 얼굴은 언제 그런 끔찍한 사건이 있었냐는 듯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무리를 지어 자전거를 타고 온 마을을 쏘다녔다.

마을 곳곳에서는 주택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연평도를 떠났던 피란민은 설 연휴 전후로 귀향하기 시작해 현재 전체 주민 1300여 명 중 1000여 명이 돌아왔다. 피란 기간 얼어붙은 상수도와 보일러는 현재 95%가 복구됐다. 주민들은 장갑을 낀 채 보일러와 수도관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꼼꼼히 살피고 장판과 벽지를 새로 깔고 붙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학교 뒷산에 떨어진 포탄으로 유리창이 깨지고 외벽이 부서졌던 연평중고교는 이제는 모두 깔끔하게 보수돼 학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인천 중구 영종도 운남초교에서 수업을 받아왔던 초중고교생 140여 명도 대부분 돌아왔다. 박지호 군(10)은 “다음 달부터 잠시 헤어졌던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고 놀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 “정부, 북한 도발 철저 대비 믿어”


일부 주민은 임시로 지은 조립식 주택이 너무 비좁아 불편함을 호소했다. 연평초교 운동장에 조립식 임시주택(39동)이 지어졌지만 면적은 집마다 18m²(약 5.5평)에 불과하다. 이곳에 32가구 45명이 입주했다. 입주자 황영선 씨(53)는 “올해 10월까지 군청에서 52억 원을 들여 새 주택을 지어준다고 들었다”며 “앞으로 8개월은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할 판”이라고 불평했다.

섬의 활기는 관광객 수에서도 느껴졌다. 지난해 12월 연평도에는 3015명이 들어왔으나 대부분 언론사 기자들이었다. 올 1월 관광객은 3655명으로 늘어났고 이달엔 4000명을 넘겼다. 그동안 영업을 중단했던 여관과 민박집 등 숙박업소 12곳이 모두 영업을 재개했다.

강명성 주민자치위원장(63)은 “연평도가 점점 예전의 평온을 찾아가고 있다”며 “28일부터 ‘키 리졸브’ 훈련이 시작돼 조금 걱정이 되지만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하게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연평도=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