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물 수능’ 비상]정시요강 이미 발표했는데 어떻게 뽑으라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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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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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大 “만점자 1% 나오면 재앙… 실력변별 방법 없다” 패닉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의 EBS 수능문제집 판매대에서 학생들이 교재를 고르는 모습. 수능과 EBS의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정부가 밝히자 다른 참고서업체가 울상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의 EBS 수능문제집 판매대에서 학생들이 교재를 고르는 모습. 수능과 EBS의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정부가 밝히자 다른 참고서업체가 울상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말 응시생의 1%가 만점을 받으면 거의 재앙 수준의 일이 벌어질 겁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영역별로 응시생의 1%가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 방침에 대해 일선 대학들은 “정시모집 요강을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이미 제출한 상황에서 교과부가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수능 난도를 발표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대학의 입학관계자들은 “만약 만점자가 정원을 넘기면 어차피 다른 방식으로 응시 학생의 수학능력을 가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상위권대 불만 폭발


입학생 수능 성적이 상위권에 해당하는 대학들이 특히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올해 수능 응시자가 65만 명 정도로 예상되는데 교과부 발표대로라면 만점자만 무려 6500명이 나올 것”이라며 “당장 상위권 학생을 가려낼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은 지난해 11월 이후 예체능 사범계열 등 일부 특수모집단위를 제외하고는 학교생활기록부와 수능 점수 외 다른 평가요소를 도입하지 않기로 이미 2012학년도 정시모집 요강 초안을 발표한 상태다.

고려대 관계자는 “이미 모집요강을 지난해 말 대교협을 통해 발표했는데 지금 와서 면접이나 논술을 보겠다고 바꾸면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이 매우 거셀 것”이라며 “당장 올해 대학이 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연세대 역시 “아직까지는 올해 입시요강에 논술이나 구술면접을 도입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의 모집요강 안에서 변별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긴 하겠지만 학생 선발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수능 성적만으로 정시모집 인원의 70%를 선발하겠다고 발표한 서강대는 큰 혼란에 빠졌다. 이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고교별 학업성취도 편차가 큰 상황에서 학생부 반영 비율을 무작정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교과부 발표처럼 만점자가 전체 응시자의 1%에 육박하는 사태가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우려했다.

○ “입시 자율권 달라” 목소리도 커져


교과부의 이번 발표로 일선 대학은 “입시전형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 관계자는 “교과부 발표는 수능을 입학자격시험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라며 “만약 이렇게 되면 자격시험(수능)을 통과한 학생 중에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은 대학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외국어대 역시 “논술을 수시전형에서만 보는 등 그동안 수능과 학생부 외 다른 평가방식을 지양하라는 교과부 지침을 지켜 왔다”며 “그러나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다른 평가항목을 도입하지 않고서는 입시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학원가, “오히려 사교육 늘 것”


대입 학원가에서는 교과부의 이번 조치로 오히려 사교육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학들이 변별력 강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논술 면접 등 각종 평가요소를 도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많은 대학이 이미 수시모집 선발 비중을 50∼60%까지 늘려 놓은 상황이라 면접 논술을 추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학생의 부담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원 이사도 “수능 난도가 낮아지면 자신보다 공부를 못하던 친구가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커진다”며 “한 번의 실수로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학생을 학원으로 내몰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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