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포격 도발 60여일… 설 앞둔 연평도 주민들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그래도 설은 고향서” 삼삼오오 돌아와 집 고치고 희망 설계

25일 오후 북한의 포격 도발로 쑥대밭이 됐던 연평도 주택가를 한 주민이 쓸쓸히 걷고 있다. 현재 연평도에서는 주민을 위한
조립식 주택이 건설되는 등 복구작업이 한창이지만 예전 모습을 찾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25일 오후 북한의 포격 도발로 쑥대밭이 됐던 연평도 주택가를 한 주민이 쓸쓸히 걷고 있다. 현재 연평도에서는 주민을 위한 조립식 주택이 건설되는 등 복구작업이 한창이지만 예전 모습을 찾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그래도 타향보다는 고향이죠.”

설을 일주일여 앞둔 25일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갑작스러운 포격 도발로 쑥대밭이 된 연평도는 조금씩 예전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깨진 유리창, 뒹굴어 다니는 가재도구 등 포격의 잔해들은 남아 있지만 마을 한편에서는 주민을 위한 조립식 주택이 만들어지는 등 복구가 한창이었다. 아직도 마음 한편에는 그날의 상처와 불안이 남아 있지만 새해를 맞는 희망도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 상흔은 남았지만…


2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은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섬 곳곳에는 그날의 상흔이 남아 있었다. 직격탄을 맞은 한 여관은 그대로 주저앉아 있었고 그 위에는 하얀 눈만 덮여 있었다. 마을 낚시가게 수족관에는 우럭 등 죽은 물고기가 일부는 썩고 일부는 얼어붙은 채 나뒹굴었다. 숯덩이가 된 10채의 가옥에는 접근 제한을 알리는 노란색 테이프가 길게 쳐져 있었다. 골목에는 불에 탄 오토바이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하지만 흡사 전쟁터를 떠올리게 하는 광경 속에서도 재기의 모습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11시 연평도 당섬부두에 내린 승객 290여 명은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갈 길을 재촉했다. 여객선의 정원이 320명이니 거의 만원인 셈. 배에서 내린 주민들은 영하 15도의 강추위에도 부서진 집을 수리하고 집안 살림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부서진 창틀을 복구하기 위해 공사에 나선 인부들은 강추위 속에도 손을 쉬지 않았다.

연평초교 운동장에는 포격으로 집이 부서진 주민들을 위해 최근 지은 조립식 임시주택 39개동에 돌아온 주민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 3일 전 임시주택에 입주한 오연옥 씨(74)는 “북한의 포격으로 집이 불에 타 전 재산을 잃었지만 그래도 김포 아파트보다는 내 고향이 편하다”며 “우리가 섬에 살지 않으면 연평도와 꽃게 모두 북한 것이 되지 않겠느냐”고 힘주어 말했다.

○ 그날의 악몽은 여전…

20일 연평도로 돌아온 조순애 씨(48)는 아직도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 씨는 “1차 포격 때 학원에 간 딸이 ‘엄마, 무서워서 도저히 집에 못 가겠어’라고 연락이 와 딸을 데리러 나가는 순간 집이 2차 포격으로 완전히 부서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 씨는 “그날의 충격 때문인지 사소한 일로도 남편과 자주 싸우게 됐다”며 “이곳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가정생활을 이어가는 데 힘들다고 느낄 때가 많다. 상당수 주민이 나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김포시의 임시거처에 있다가 이틀 전 연평도로 돌아온 노창식 씨(72)는 “부서진 창틀을 교체하는 공사를 마무리했는데 강추위에 물이 나오지 않아 너무 불편하다”며 “고향에서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려고 왔는데 어쩔 수 없이 외지에서 설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김포시의 임시거주 아파트에서 지내는 주민들 중에는 그날의 충격 때문인지 술과 담배가 는 분이 많다고 들었다”며 “일부 노인 중에는 천식에 시달리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