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남산 ‘석호정’ 보존 - 이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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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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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 “전통 활터… 보호해야”
서울시 “1970년 건축… 가치 없어”

20일 오전 쌀쌀한 날씨에도 외국인을 포함한 회원들이 서울 중구 장충동 석호정에 모여 힘차게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 중구
20일 오전 쌀쌀한 날씨에도 외국인을 포함한 회원들이 서울 중구 장충동 석호정에 모여 힘차게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 중구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국궁장인 석호정(石虎亭·서울 중구 장충동)을 철거 후 이전하자는 서울시와 역사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 보존하자는 서울 중구가 갈등을 빚고 있다. 석호정 철거에 반대하는 중구는 20일 오후 충무아트홀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나영일 서울대 체육학과 교수는 “국궁은 물론이고 양궁의 요람인 석호정은 주변 남산 경관과 어울리는 자연친화적 공간”이라며 “철거해야 남산공원의 자연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구에 따르면 석호정은 1630년경 만들어진 민간 활터로 서울 시내 7개뿐인 활터의 명맥을 잇고 있다. 또 1958년에는 고교 교사인 석봉근 씨가 이곳에서 양궁을 가르치기 시작해 국내 양궁의 역사가 시작됐다. 박형상 중구청장은 “전통을 이어온 문화유적이므로 오히려 더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데 다른 곳으로 옮기기만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시는 남산 자연 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건물을 옮기고 활터에는 나무를 심어 공원화할 계획이다. 또 전통을 갖춘 활터임은 맞지만 현재 건물은 1970년 석호정 회원들이 자비로 지어 서울시에 기부한 것으로 건물 자체의 역사적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고 보고 은평구 일원으로 이전할 방침이다.

석호정은 대한궁도협회 회원들이 주축이 돼 어린이는 무료, 성인은 3개월에 30만 원을 받고 국궁을 가르치고 있다. 145m에 이르는 거리에서 활을 쏠 수 있다. 회원 대표인 심무섭 씨(69)는 “지방에서는 이런 활터를 복원하려 애쓰는 판에 서울시는 38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이곳을 왜 없애려는지 모르겠다”며 “남산과 조화를 이루는 멋진 이곳을 잘 보존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박소영 인턴기자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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