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간접체벌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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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칙 인가권도 폐지… 서울-경기교육청 반발

교육과학기술부가 간접 체벌을 허용하고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내놓자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17일 발표한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일선 학교 교사는 팔굽혀펴기, 운동장 뛰기 같은 간접 체벌을 해도 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학칙에 정하면 된다.

학교에서 학칙을 만들 때 교육감의 인가를 받도록 하던 절차도 없어진다. 지금까지는 교육감이 최종 승인권자였기 때문에 교육청 정책과 어긋나는 학칙은 만들기가 어려웠다. 이제는 교육청 방침에 따라 체벌이 전면 금지된 시도에서도 간접 체벌이 가능한 학칙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교과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법령이 조례나 지침보다 상위법이라서 시도교육청은 시행령에 따라 학생인권조례 및 체벌금지 지침을 재검토하고 수정해야 한다. 일선 학교도 학칙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보 교육감들의 생각은 다르다. 경기도교육청은 “시행령과 무관하게 일선 학교가 학생인권조례를 준수하도록 하겠다. 상위법이 기본권을 제한해도 하위법이 다른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한 기본권 보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간접 체벌이나 직접 체벌 모두 결국엔 체벌”이라며 체벌 전면 금지 정책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학칙 인가권 폐지 방침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교과부는 학교장이 최고경영자로서 학교를 꾸려 나가려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강원도교육청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학교가 학칙을 개정토록 만드는 조치 또한 교육자치시대에 걸맞지 않은 줄 세우기식 구태”라고 비판했다.

교과부와 시도교육청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면서 학교 현장은 또 한 번 혼란에 빠졌다. 실제 정책 효과를 따지는 대신 정치적 계산에 따라 갈등만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고교 교사는 “서로 엇갈리는 규칙을 함께 따르라는 건 규칙이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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