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식빵 사건’은 자작극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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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빵집 주인 경찰 출두 “죽은 쥐 넣어 만들었다” 시인
국과수 “파리바게뜨 밤식빵과 굽는방식 달라” 결과 통보
SPC “법적대응 검토”… 뚜레쥬르 “필요한 조치 취할 것”

‘쥐식빵 사건’은 결국 경쟁 빵집 주인의 자작극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평택시 지산동의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산 밤식빵에서 쥐가 나왔다는 주장의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김모 씨(35)는 30일 오후 8시 45분경 마스크와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서울 수서경찰서에 자진 출두해 “쥐식빵은 내가 직접 만든 것”이라고 자작극임을 시인했다.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길 건너 100m 떨어진 곳에서 경쟁 브랜드인 뚜레쥬르 매장을 부인과 함께 운영해 온 김 씨는 그동안 자작극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문제의 쥐식빵 성분을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이날 ‘쥐식빵은 파리바게뜨 밤식빵의 성분과 굽는 방식이 다르다’는 내용의 감정 결과를 수서경찰서에 통보했다. 앞서 경찰은 쥐식빵의 성분 및 굽는 방식 등을 분석하기 위해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의 밤식빵과 재료, 빵틀 등을 국과수로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 결과에 따르면 쥐가 나온 밤식빵에서 쥐의 성분이 검출됐고 파리바게뜨가 아닌 뚜레쥬르의 원료 및 레시피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김 씨가 자신의 매장에서 직접 쥐식빵을 구웠다는 진술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 앞서 한 KBS와의 인터뷰에서 “경쟁 빵집의 이미지를 깎아내려 가게 매출을 올리려는 심정으로 벌인 일”이라며 “약간의 타격만 줄 생각이었는데 거짓말이 너무 일파만파 퍼졌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우연히 길에서 발견한 죽은 쥐를 빵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직원들이 퇴근한 후 몰래 쥐를 빵에 넣고 구웠다”고 했다. 김 씨는 “말도 안 되는 심정으로 일을 벌였다”며 “죄책감에 목숨을 끊을 생각으로 유서까지 썼다”고 괴로운 심경을 고백하기도 했다. 하형윤 수사과장은 “김 씨가 출석해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며 “김 씨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어 조사한 뒤 일단 귀가시켰다”고 말했다. 경찰은 31일 김 씨를 다시 소환해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 관계자는 “쥐식빵 사건으로 케이크 매출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즉시 김 씨에 대해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뚜레쥬르 측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을 다루는 종사자가 고의적으로 혐오 이물을 투입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향후 경찰 조사에 따라 필요한 제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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