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의원들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신상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벌이다 거친 욕설과 함께 폭력을 휘둘러 형사고발까지 가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서구의회 문현주 의원(한나라당)은 22일 “민주당 김병근 의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상처가 난 얼굴을 종합병원에서 성형시술을 받았고, 목이 아파 N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며 “김 의원이 폭행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형사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의원 이마에서 왼쪽 눈 밑 부위까지 6cm가량 크기의 상처가 났다는 것.
한나라당 인천시당은 “김 의원이 여러 의원이 보는 앞에서 문 의원에게 ‘× 같은 ×’라는 욕설을 하며 얼굴을 할퀴는 폭력을 자행했다”며 “구의회는 김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하고, 그 이전에 김 의원 스스로 사퇴하라”는 내용의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서구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두 의원이 심한 언쟁을 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긴 했지만 폭행 사건은 없었다”며 김 의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김 의원도 이 사건 직후 혈압이 올라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 문 의원과 김 의원은 모두 여성 의원이고, 어린이집을 운영한 선후배 사이다.
두 의원의 폭행시비 사건은 21일 오전 본회의 신상발언을 둘러싼 논란에서 비롯됐다. 문 의원이 전날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무상급식예산안을 처리한 사안을 신상발언하려고 하자 구의회 의장이 “신상발언은 하루 전에 신청해야 한다”며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여야 의원 간 공방이 시작됐고 회의장이 소란해지자 정회가 선포됐다. 이어 의원 대기실에서 말싸움이 번졌다. 문 의원은 “1m 거리를 두고 언쟁을 벌이던 도중 김 의원이 갑자기 튀어나와 얼굴과 머리를 낚아채는 바람에 안경도 벗겨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의원은 전화를 받지 않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그는 이 사건 직후 본회의장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폭력은 행사하지 않았다”며 “이성을 잃어 폭력을 행사한 것처럼 호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구의회 김영옥 의장(민주당)은 “두 여성의원이 나이 차가 있다 보니 감정싸움이 깊어져 몸을 밀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며 “회의를 잘못 이끈 의장 책임이 크다”고 사과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징계위원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거부하고 있다. 서구의회는 민주당 7명, 한나라당 6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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