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일터로” vs “보상 제대로”… 갈등의 연평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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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섬에서 이런 일을 벌이려고 하니까 보상 협상이 제대로 안되잖아요.”

“(섬에) 남은 사람들은 취로사업이라도 해서 먹고살아야 하지 않나요.”

북한의 포격 도발로 파괴된 마을 복구에 참가해 수당을 받는 ‘취로사업’ 신청이 시작된 5일 오전 연평도 연평면사무소 2층에는 신청을 하러온 주민들과 이들을 말리기 위해 찾아온 주민들 간에 언쟁이 벌어졌다. 결국 이날 취로사업 신청을 한 6, 7명의 주민은 언제 무슨 일을 시작하게 된다는 확답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마을 복구와 주민 보상 문제에 대한 합의가 미뤄지면서 주민들 사이에도 조금씩 갈등이 생기고 있다. 1300여 명의 연평도 주민들은 종사하는 일에 따라, 피란 여부에 따라 각각 의견이 달라 정부가 이를 조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큰 견해차는 마을에 남은 사람들과 인천으로 피란 간 사람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다. 피란민들은 보상 및 복구 문제가 완전히 합의될 때까지 섬에서 취로사업이나 어업 활동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에서 섬으로 돌아온 차모 씨(70)는 “인천에서 보상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취로사업 같은 일을 벌이는 것은 인천시와 옹진군이 주민을 마을로 돌려보내 주민들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섬에 남은 주민들은 “보상 논의가 인천에서만 진행되고 있어 섬에 남은 사람들은 소외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섬을 떠나지 않았던 주민 정모 씨(86)는 “언제까지 협상이 끝나기만 바라보고 있겠느냐”며 “복구사업이라도 좀 해서 사람 사는 마을로 만들어 놓아야 떠났던 주민들도 빨리 돌아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피란민도 하던 일에 따라 원하는 보상 수준이 달라 협상안 마련도 쉽지 않다. 일반 주민은 마을이 완전히 복구될 때까지만 지낼 수 있는 대체 주거지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민박이나 식당 등 관광객을 받아 수익을 올리는 상인들은 마을 복구뿐 아니라 항구적인 섬 안전대책까지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다.

한편 인천에 피란 온 주민 300여 명은 이날 옹진군청과 인천시청으로 찾아가 임시주거단지 조성을 포함한 피해보상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이 옹진군청 군수실에 들어가려다가 공무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화분 등이 부서지기도 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날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든 문제를 주민대책위와 협의해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민간인 희생자 오늘 장례 ‘천안함’ 어선 수준 위로금 ▼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숨진 김치백(60), 배복철 씨(59)의 영결식이 6일 치러진다. 의사자(義死者) 지정 문제와 위로금 수준 등을 놓고 유족과 인천시의 의견이 엇갈려 장례일정을 잡지 못하다가 고인들이 숨진 지 13일 만인 6일 장례를 치르기로 한 것. 장례는 가족장으로 진행되고, 장례 준비는 인천시가 맡는다. 희생자 시신은 인천가족공원에서 화장한 뒤 공원 내 납골시설인 만월당에 안치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연평도의 적절한 지역에 희생자 추모비를 세워주기로 했다. 인천시와 유족이 합의한 위로금은 천안함 폭침 사건 때 구조에 나섰다가 침몰한 쌍끌이어선 금양98호의 사망 선원 유족에게 지급된 3억5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옹진군은 두 희생자에 대한 의사자 지정을 직권으로 신청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심의를 거쳐 의사자 인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그물은 찢어지고 꽃게는 다 썩어…
12일 만에 조업 나간 어민들 “하루 1000만원 벌기도 했는데”

연평도 고깃배 선장 서경원 씨(32)와 어민 박철훈 씨(56)는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은 지 12일 만인 5일 삶의 터전인 어장으로 돌아가 미리 설치한 안강망(조류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어망)을 끌어올린 뒤 망연자실했다. 이들은 이날 연평도 서쪽 4마일 지점에 나가 지난달 22, 23일 설치한 15개의 안강망 중 4구를 확인했는데, 안강망 안에 있는 고기가 썩어 있었던 것. 망에는 서해5도 특산품인 꽃게를 비롯해 광어 잔새우 등이 걸려 있었지만 모두 썩어 악취만 풍겼다.

이날 이들이 확인한 안강망 4구 중 1구는 고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찢어졌다. 선장 서 씨는 “안강망 조업은 조류를 따라 들어오는 고기를 낚는 방식이기 때문에 2, 3일에 한 번씩 관리해 주지 않으면 어망이 모두 망가진다”고 했다. 그는 작년 이맘때 같으면 하루 평균 700만∼800만 원, 많으면 1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했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2억 원 상당을 벌었다고도 했다. 서 씨는 “12년 바다 생활하면서 이렇게 썩은 고기를 버린 적이 없었다”며 “성수기 때 바짝 벌어야 선주도 살고 우리도 사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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