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한켤레 때문에 돼지 2만마리 폐기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안동 구제역 농장 방문 수의사 같은 신발 신고 보령농장 찾아… 예방 차원에서 모두 도살처리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도살처분 대상 농가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충남 보령의 돼지농장(돼지 2만191마리)이다. 3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이곳이 도살처분 대상으로 결정된 것은 다름 아닌 신발 한 켤레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구제역 최초 발생 지점인 안동시 와룡면의 서현양돈단지를 방문한 수의사는 다음 날 충북 보령의 돼지농장을 찾았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해당 수의사가 보령을 방문하기 전 목욕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차량도 다른 차량을 이용하는 등 그 나름대로 방역을 철저히 했다”며 “문제는 최초 발생 농장을 방문할 때 신었던 신발을 그대로 신고 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보령의 돼지농장에서 구제역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예방 차원에서 도살처분을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반경 3km 안에 돼지 15만여 마리가 있어 만약 구제역에 감염될 경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점도 한몫했다.

방역 당국은 “신발 때문에 구제역이 발생할 것이라는 확증은 없지만 만에 하나 그 원인으로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도저히 수습이 안 된다”며 “해당 농장의 규모가 워낙 큰 탓에 방역 당국 내에서도 도살처분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었지만 예방 차원에서 도살처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제역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매우 강하다. 사람 옷, 차량 바퀴, 사료 등을 타고 전파될 수 있는 데다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은 전파력이 강한 ‘O형’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2일 접수한 16건의 의심 신고 가운데 경북 청송과 전북 임실의 의심신고는 음성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2일 접수한 안동의 신고 14건 가운데는 12건이 양성으로 판명됐다. 3일에도 안동 일대에서 3곳의 의심 신고가 접수돼 방역 당국이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안동의 구제역 발생은 총 17건이다. 방역 당국은 또 “안동 외에도 농장 관계자가 방문한 경북 의성의 돼지농가에서도 예방 차원에서 도살처분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살처분 규모는 5만8521마리로 늘어났다.

방역 당국은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주말이 구제역 확산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국민에게 구제역 발생 지역과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1∼2주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주말에 안동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방역을 강화할 것”이라며 “구제역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가급적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하는 것이 최선의 방역이다”고 강조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