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공원… 체육시설… ‘고가 밑’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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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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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고가 분수공원
서소문고가 분수공원
“다리 밑으로 따라와!”

학창 시절 다리 밑 추억은 어찌나 얄궂은지 모르겠다. 어둡고 습한 이 공간에 들어서면 나타나는 스프링 튀어나온 해진 소파. 그 위에 소위 ‘싸움 짱’이라 불리는 ‘형님’들이 주먹을 쥐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무서운 형님들이 거주했던 우범지대. 그중 유명한 곳이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밑이었다. 그러나 28일 오후 이곳에는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으레 형님들이 있어야 할 그곳에서는 안개분수가 물을 뿜고 있었다. 주변에는 회양목, 눈주목 등 나무들이 들어섰다. 형님들도, 습기도, 어두컴컴한 분위기도 모두 사라졌다. 서울시내 고가도로 밑 유휴공간은 그렇게 새롭게 변하고 있었다.

○ 습기 찬 공간에 형님 대신 ‘분수’가

구로철교 노리단 사무실
구로철교 노리단 사무실
고가도로 밑 유휴공간뿐 아니라 고가도로 자체마저도 도심에서 ‘철거 대상’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7년 종로구 신설동 신설고가도로를 시작으로 서울시 및 자치구에서는 오래된 고가도로를 철거하겠다는 것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노후한 고가도로가 도시경관을 해치고 교통 체증을 유발한다는 것이 이유다. 이와 반대로 서소문 고가차도처럼 오랫동안 방치돼온 고가도로 밑 부분을 어떻게든 활용해 보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이른바 ‘고가도로 밑 유휴공간 활용’ 사업이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용도는 ‘시민 녹지공원’. 대표적인 지역이 서소문 고가차도다. 올해 8월 말 미근동 쪽 안개분수 공원(서대문구 관할)과 반대편 쪽 중구 순화동 하부에 안개분수 공원(중구 관할)이 동시에 생겼다. 관할 지역은 다르지만 두 장소 모두 안개분수, 상록수, 물결무늬 바닥 석재벽 등 분위기는 비슷하다.

애초 이 공간들은 이곳에서 생활하던 노숙인들을 막기 위한 곳으로 설계됐다. 노숙인들이 들어와 잠을 잘 수 없게 바닥재는 물결무늬 석재벽을 울퉁불퉁하게 해놓은 것. 그러나 주변 미관을 고려해 분수를 세우고 나무도 심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이어서 나무는 꽃이 피지 않는 상록수, 소나무 등을 심어야 했다”며 “안개분수는 나무에 물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다리 밑 미술전까지

강서고가 배드민턴장. 사진제공 중구, 강서구
강서고가 배드민턴장. 사진제공 중구, 강서구
문화 공간이 들어선 곳도 있다. 무언극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노리단’은 올해 초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과 대림역 사이 지상 철도 밑 공간(298m²)에 사무실을 냈다. 이곳은 과거 자재창고로 쓰던 공간으로 구로구청에서도 손을 놓고 있었던 곳. 노리단은 자동차휠이나 파이프 등 재활용품을 이용해 악기를 만들어 공연하는 단체다. 서대문구는 9월부터 현재까지 홍제천 내부순환도로 밑에서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 그림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고가도로 밑 유휴공간은 불법주차 공간 혹은 각종 자재를 임시로 놓던 곳에 지나지 않았다. 이른바 ‘죽어 있던’ 공간이 새로 생겨나는 셈. 이 때문에 자치구에서는 아이디어를 내 적극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주민들의 반응 역시 좋은 편. 강서구 신공항고속도로 방향 방화대교∼개화산 터널 구간 고가도로 아래 마련된 배드민턴 코트를 이용하는 직장인 문성혁 씨(32)는 “무료로 테니스와 배드민턴을 칠 수 있어서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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