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새마을+회계課?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1장은 ‘예절과 사회’, 2장은 ‘연립방정식’으로 꾸며진 ‘사회수학’이란 교과목이 있다면 누구라도 ‘융합’이라기보다 ‘기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리 최근 학문의 경향이 ‘융합’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교과목을 편성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학문이 아닌 행정에서 이와 비슷한 기형이 있다. 충남도가 22일자로 입법 예고한 행정조직 개편안 속 ‘새마을회계과’가 그것이다. 지난달 19일 개편안 발표 당시 자치행정국 산하의 ‘도의(道義)새마을과’를 같은 국 자치행정과 ‘새마을계’로 축소 조정하기로 했다가 여의치 않자 세무회계과에서 독립 승격될 예정이었던 회계과에 얼버무려 놓은 것.

앞으로 새마을회계과가 탄생하면 얼마나 업무가 두서없을지는 입법 예고된 이 부서 과장의 업무분장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국민운동 및 새마을운동 추진, 자원봉사 종합계획 수립, 국도비 세출 예산 경리 업무, 복식회계 운영 사항, 공사 용역 계약….’

도의새마을과의 표류는 새마을운동에 대한 상이한 시각 때문으로 보인다. 조직개편을 앞두고 충남도 고위 관계자는 “도의새마을과는 업무와 관련된 도민이 굉장히 많아 중요한 조직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아보니 경북도와 충남도에만 남아 있는 조직”이라며 “경북도야 (새마을운동의 창시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니) 어쩔 수 없지만 충남도에도 존속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임 충남도지사들은 새마을 정신을 유지, 발전시켜가는 행정조직을 가진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이 독재정권의 낡은 유산인지, 많은 나라가 벤치마킹하는 자랑스러운 정신유산인지에 대해서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할 행정조직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좋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