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레이더 있는데 어선 발견 못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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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앞바다 석연찮은 고속정 침몰 사고

10일 오후 제주항 인근 해상에서 어선 우양호와 충돌한 해군 3함대 소속 고속정(참수리 295호)은 충돌한 곳에 생긴 구멍으로 바닷물이 새어 들어 가라앉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 관계자는 11일 “고속정의 함수 좌현을 어선의 선수 아래 있는 돌출 부분이 정면으로 충격해 구멍이 생겨 침수했다”며 “해군 사고대책본부에서 승조원을 대상으로 한 개별조사와 침몰 고속정 탐색 등을 통해 사고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탑승원 30명 중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된 가운데 수색작업을 벌이는 해군은 가라앉은 고속정 내부에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조함인 청해진함의 심해구조정(DSRV)을 투입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심해구조정을 이용하면 육안으로도 침몰한 고속정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 해역의 깊이가 110m에 달하고 파고가 높아 날씨가 맑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천안함 폭침사건 때도 지적됐던 ‘라이프조끼’ 지급이 여전히 부실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라이프조끼에는 위치 식별장치가 부착돼 있어 해상 사고 때 실종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번 사고로 이송 도중에 사망한 노가빈 일병의 사인은 과다출혈에 의한 심장마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장병 2명은 갈비뼈와 다리 골절 등의 상처를 입어 11일 오전 군용기 편으로 전남지역 군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나머지 25명은 제주방어사령부 등에 수용됐다.

한편 270t급 어선이 선수 부분에 경미한 파손만 입은 반면 130t급 고속정은 침몰한 데 대해 해군은 “함선은 최대한 규모를 압축하기 때문에 실제 크기는 4, 5배 정도 차이가 난다”며 “사고 고속정이 건조된 지 24년 된 노후 선박인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양호 선장 김모 씨(48)는 제주해경의 조사 과정에서 “갑자기 옆에서 나타난 고속정이 선수 부분을 쳤다”며 “마주 오는 선박은 확인이 가능하지만 이번처럼 옆에서 진행할 때는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었다”고 진술했다.

사고 발생 당시 달빛이 없었으며 파고가 3m에 달해 주변 식별이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상의 물체를 탐지하는 항해레이더가 장착된 고속정이 주변 어선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당직 요원들의 근무태만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동영상=서해 출동 ‘윤영하함’ 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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