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선배님들 수능대박” 응원전 아이디어 백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실수카펫… 프리허그… 복불복상자… 초대형포크…

《경기 능곡고 학생회장인 2학년 김보경 양(17)은 최근 학생회 임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수능일에 고3 선배들이 시험을 보는 시험장 앞에서 어떤 응원을 준비해야 할까’ 하고. 결국 선배들이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 3종 세트’를 마련했다. ‘실수 카펫’ ‘프리허그(free hug)’ ‘복불복 상자’가 그것.》 실수 카펫? 커다란 빨간색 색지를 이어 붙여 만든 일종의 레드카펫이다. 시험장에 들어가는 선배들이 마치 시상식에 참석하는 연예인이 된 기분으로 상쾌하게 밟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마련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레드카펫 위에는 형광색지로 만든 발자국 모양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발자국 모양 위에는 ‘마킹 실수’ ‘밀려 쓰기 실수’ ‘긴장’ 같은, 수험생이 두려워하는 ‘3대 낭패’를 글로 써놓았다. 선배들은 이 발자국 모양들을 하나하나 ‘짓이겨’ 밟고 들어가면서 이들 3대 낭패에 대한 두려움을 훨훨 날려버리게 된다.

프리허그의 발상도 기발하다. 먼저 4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뽑힌 학생들은 ‘언어영역’ ‘수리영역’ ‘외국어영역’ ‘사회·과학탐구영역’이라고 커다랗게 적힌 종이를 각각 몸에 붙인 채 수능일 아침 시험장 앞에서 대기한다. 수험생 선배들이 당도하면 이들이 득달같이 달려가 선배들을 꼭 껴안아줌으로써 이들 영역의 시험에서 성공하기를 온몸으로 기원해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복불복 상자란 뭘까? 상자 안에 ‘합격’ ‘수능 만점’ ‘500점 당첨’이라고 적힌 세 가지 종류의 쪽지를 가득 담아놓은 상자다. ‘복불복’이란 이름을 상자에 붙임으로써 수험생 선배들이 ‘혹시 안 좋은 내용이 적힌 쪽지를 뽑으면 어떡하지?’ 하고 살짝 긴장하게 만드는 것. 선배들은 결국 예외 없이 행운의 메시지가 담긴 쪽지를 뽑아보고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로 수능을 치르게 된다. 선배들은 자신이 뽑은 행운의 쪽지를 ‘부적’ 삼아 품 안에 넣어둔다.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막바지 준비로 바쁜 건 고3만의 얘기가 아니다. 후배 고1, 2도 당일 수험장 앞에서 수험생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각종 응원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따뜻한 차, 초콜릿, 찹쌀떡을 준비하는 건 이젠 기본 중 기본에 속한다.

경기 금촌고 학생회장인 2학년 김재학 군(17)도 “색다른 응원전을 준비하자”고 학생회에 제안했다. 김 군이 낸 아이디어는 이른바 ‘답안지 응원’. 후배들은 ‘1번’부터 ‘5번’까지의 숫자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수험장인 학교의 교문 앞에 나란히 선다. 여기에다 ‘답을 잘 찍으라’는 메시지를 담은 초대형 포크 모형을 준비한다. 교문을 들어가는 수험생 선배들에게 포크 모형을 쥐어준 뒤 “아무거나 원하는 번호 하나를 찍으세요”라고 한다. 선배가 한 후배의 티셔츠를 찍으면 그 순간 후배들은 일제히 “정답입니다! 수능 대박 나세요”라고 외치면서 사기를 북돋워준다.

경남의 한 고교 2학년인 K 양과 L 양은 비밀리에 ‘떡 찧기 이벤트’라는 이색 응원이벤트를 마련했다. K 양이 준비한 물건은 ‘몸빼’ 바지와 더불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토끼 모양을 한 잠옷. L 양은 인절미 한 판과 절구, 절구통을 준비했다. 이들은 수능일에 토끼 잠옷을 입고 직접 절구에다 떡을 찧으면서 시험장에 들어가는 학교 선배들에게 이 떡을 나눠줄 예정이다. 떡을 ‘찧듯’ 정답을 잘 ‘찍으라’는 염원을 담아서.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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