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버랜드 ‘말하는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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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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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식아, 건빵 좋아?” “좋…아~”

에버랜드 동물원 내 ‘말하는 코끼리’로 유명한 코식이가 사육사 김종갑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코식이는 입에 코를 넣어 바람 세기를 조절해 소리를 낸다. 현재 코식이는 김 씨가 자주 말하는 “좋아” “누워” 등 7개 단어를 흉내 낼 수 있다. 사진 제공 에버랜드
에버랜드 동물원 내 ‘말하는 코끼리’로 유명한 코식이가 사육사 김종갑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코식이는 입에 코를 넣어 바람 세기를 조절해 소리를 낸다. 현재 코식이는 김 씨가 자주 말하는 “좋아” “누워” 등 7개 단어를 흉내 낼 수 있다. 사진 제공 에버랜드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난감한 때는 대상자가 모든 질문에 ‘단답’을 늘어놓을 때다. 어떤 질문에도 “예” “아니요” 같은 기계적인 대답만 한다면 분위기는 삭막해질 수밖에. 사람들도 그러한데 하물며 동물은 어떨까. 지난달 15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 동물원 ‘초식사파리’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코식아, 코식아, 안녕?”(기자)

“….”(코식이)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는 들은 체도 안 했다. 그를 17년간 보살핀 사육사 김종갑 씨는 “처음부터 딱딱하게 인터뷰한다”며 핀잔을 주었다. 그는 코식이에게 건빵을 던지며 이렇게 말했다. “코식아, 코식아, 안녕? 자 건빵… 좋아?”

건빵을 본 코식이는 코로 건빵을 집어 입에 넣었다. 우물거린 코식이는 다시 코를 입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렇게 말했다. “좋…아∼! 좋…아∼!”

인터뷰 시작 10분 만에 얼어붙었던 그의 입이 열렸다. 단답 하나에도 관람객들은 그에게 환호했다. 이 도도한 ‘인터뷰 대상자’를 보러 최근 독일 오스트리아 등 해외 음성학 생물학 연구진이 방한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진짜로 코끼리가 말을 할까. 한다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는 걸까. 그를 인터뷰하러 에버랜드를 찾았다.

○ 6년 동안 연습해 얻은 7개 단어

올해 나이 스물. 아시아계 코끼리. 키 3.5m, 몸무게 5500kg. 코식이의 프로필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좋아”부터 예, 누워, 앉아, 안 돼, 발, 아직 등 7개의 단어를 말한다는 것까지다. 코끼리는 성대를 비롯한 조음기관이 발달하지 않았다. 사람의 말처럼 복잡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 입 속에 바람을 가득 넣고 ‘뿌우’ 하는 소리가 전부다. 성대 없는 코끼리가 어떻게 말을 할까. 답은 긴 코에 있었다.

코식이는 말을 하기 전 소리를 내기 위해 코를 말아 입 속에 집어넣는다. 사육사 김 씨는 “마치 자기 코를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코를 목 안 성대 위치까지 집어넣고 그 속에서 코를 흔들고 입술로는 바람 세기를 조절한다”고 말했다. 2004년 처음으로 이런 ‘장난’을 한 코식이는 2년간 ‘옹알이’ 과정을 거치면서 2006년 처음으로 “좋아”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색한 분위기는 점차 사라졌다. 건빵을 주며 “코식아, 누워!”라고 기자가 외치자 코식이는 곧바로 “누…워!”라고 말했다. 발음과 성량은 비교적 또렷했다. 반면 강세는 인간과 달랐다. ‘좋아’ ‘누워’ 같은 단어는 대부분 앞 음절에 강세를 두는데 코식이는 “(좋)아∼” “(누)워∼” 식으로 뒤 음절에 힘을 두어 마치 비행기가 “윙∼” 하며 지나가는 소리처럼 들렸다.

○ 소리에 집착… 혼자 새벽 연습도

전문가들은 코식이의 언어 행태에 대해 모방과 반복 학습을 통해 얻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에 따르면 코식이의 소리 평균 진동수가 130Hz인데 이 수치는 중년 남성들의 음파에 해당한다. 특히 사육사 김 씨의 음파(132Hz)와 비슷하다는 것. 사람으로 치면 3, 4세 수준인 코끼리 지능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닌 셈이다. 좋아, 누워 같은 단어는 김 씨가 사육을 하면서 코식이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그러나 코식이가 실제로 단어 뜻까지 알고 말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단적인 예로 “앉아”라고 말할 때 실제로 앉지 않고 똑같이 “앉아”라고 말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찾은 해외 연구진이 중점적으로 연구해간 분야도 바로 이 부분이다. 김 씨는 “코를 입 속에 집어넣는 행위나 새벽에 일어나 혼자서 좋아, 누워 같은 단어를 소리 내서 연습하는 점 등 아직은 소리 내는 행위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에버랜드 ‘말하는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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