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기술자립 한국형 현수교 ‘이순신대교’ 공사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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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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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탑 높이 270m로 세계최고… 충무공의 바다에 우뚝 솟다

8일 오후 5시경 광양만 앞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전남 광양시 금호동의 여수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 3공구 건설현장.

1598년 이순신 수군통제사는 이 바다에서 왜군의 흉탄에 최후를 맞았지만 이제 그의 이름을 딴 ‘이순신대교’의 주탑이 그 바다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이순신대교는 충무공이 태어났던 1545년을 기념해 주탑과 주탑 사이 간격인 ‘주경간장’의 길이를 1545m로 만들었다. 주경간장의 길이는 일본 아카시대교(1990m), 중국 시허우먼교(1650m), 덴마크 그레이트 벨트교(1624m)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긴 다리다. 주탑의 높이는 270m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지금까지는 그레이트 벨트교의 주탑이 254m로 가장 높았다.

주탑에 올라가자 북쪽으로 광양제철소와 광양항이 보였고 남쪽으로는 묘도를 넘어 GS칼텍스 공장 등이 들어선 여수국가산업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서영화 대림산업 현장소장은 “하루에 2m씩 높여가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해 11개월 만에 공사를 마무리했다”며 “그레이트 벨트교가 30개월 걸린 점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순신대교 공사는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 개설공사의 일부분으로 2007년 시작해 여수 엑스포가 개최되는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이 도로가 완성되면 여수와 광양 두 국가산업단지 간의 이동거리가 60km에서 10km로, 이동시간은 80분에서 10분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생산 유발 1조8734억 원, 부가가치 유발 3494억 원, 고용창출 2만6192명에 이르는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추정하고 있다.

높이 270m로 세계 최고(最高) 높이를 자랑하는 이순신대교 주탑. 두 개의 주탑을 케이블로 이은 뒤 수직으로 강선을 매달아 도로가 지나는 상판을 지지하는 현수교다. 세진 제공 대림산업
이 다리는 차가 지나다니는 상판이 해수면에서부터 최대 85m, 평균 71m에 떠 있어 광양항을 이용하는 길이 440m, 1만80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은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도 다리 밑을 지날 수 있다. 서 소장은 “주경간장이 길고 상판이 높게 설치될수록 주탑이 높아야 해 270m 높이로 설계됐다”고 말했다.

다음 달부터 주탑과 주탑 사이를 연결하는 케이블 작업에 들어간다. 주탑을 연결하는 케이블은 직경 5.35mm로 아주 가늘지만 4t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초고강도 강선을 사용한다. 총 1만2800가닥을 촘촘하게 엮어 만들었으며 두 개의 케이블에 들어가는 강선의 길이는 7만2000km로 지구를 약 2바퀴 돌 수 있다.

이 다리는 이름에 걸맞게 설계에서 시공까지 순수 국산기술로 시공되는 국내 최초의 현수교이다. 윤태섭 대림산업 토목사업본부 상무는 “외세에 맞선 이순신 장군처럼 100% 우리 기술로 ‘독립’을 이룩한다는 의미도 있다”며 “이순신대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금문교처럼 관광상품으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양=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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