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영광군에는 ‘보리의 영광’이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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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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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로 한우 키우고… 막걸리 빚고… 차음료 만들고…

전남 영광군 군남면 보리밭 들녘. 올해 1월 보리산업특구로 지정된 영광군은 정부의 보리 감산 정책에도 증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군은 보리 자원화, 고급 축산 브랜드 육성,관광 마케팅 등에 2015년까지 605억 원을 투자한다. 사진 제공 영광군
전남 영광군 군남면 보리밭 들녘. 올해 1월 보리산업특구로 지정된 영광군은 정부의 보리 감산 정책에도 증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군은 보리 자원화, 고급 축산 브랜드 육성,관광 마케팅 등에 2015년까지 605억 원을 투자한다. 사진 제공 영광군
보리는 먹을 것이 모자라 곤궁했던 시절 소중한 식량작물이었다. 그래서 ‘보리’라는 말은 가난과 상통했다. 쌀이 떨어져 가던 춘궁기를 ‘보릿고개’라고 했고 못난 떡을 ‘보리떡’이라고 했다. 하지만 먹을거리가 남아돌면서 보리는 천대받기 시작했다. 정부는 보리 감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2012년부터는 보리 수매마저 중단된다.

정부 감산정책과 달리 재배면적 해마다 늘어

이런 위기에도 보리농사에 다걸기하는 곳이 있다. 올해 1월 보리산업특구로 지정된 전남 영광군이다. 영광군은 해마다 재배면적을 늘리면서 보리로 막걸리를 만들고 보리사료로 한우를 키우는 등 산업화에 나서고 있다.

○ 전국 유일 보리산업 특구

영광지역 보리재배 면적은 2008년 3156ha, 2009년 4856ha, 올해 5417ha로 증가 추세다. 지난해 영광의 보리생산량은 3만400t으로 전남지역 생산량의 26.3%, 전국 생산량의 12.5%를 차지했다.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보리 재배면적이 해마다 늘어나는 곳은 영광군밖에 없다. 영광군은 보리 산업특구가 완성되는 2014년에 보리재배 면적을 6820ha까지 늘릴 계획이다.

영광군이 보리농사에 주력하는 이유는 재배여건이 좋은 데다 기능성 건강식품으로 부가가치가 높고 가축 사료화로 고급육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리 산업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사료화 사업이었다. 2005년부터 청보리 알곡이 달린 채 줄기까지 베어내 사료로 먹이는 ‘청보리한우’는 전국 최고 브랜드가 됐다. 현재 186가구에서 8600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지난해 7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황금보리돼지’도 올해 안에 시장에 나온다. 장천수 영광군 축산담당은 “농약과 방부재가 많은 수입곡물 사료를 먹인 쇠고기 돼지고기와 확실하게 차별화한다는 전략이 주효했다”며 “한우생산 이력제를 도입하는 등 소비자 신뢰를 높인 것도 명품 브랜드가 된 비결”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건강식품 장점 활용,고부가 상품개발로 승부

○ 보리 기능성 식품으로 승부

보리는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토코트리에놀과 칼슘, 섬유질, 비타민B군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광군은 보리의 기능성을 활용한 빵 술 국수 고추장 호두과자 등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영광군은 보리를 이용한 막걸리 개발 등 술산업 활성화를 위해 최근 (유)한국주조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주조는 대마면 월산리에 62억 원을 투자해 4월 첫선을 보인 ‘보리막걸리’ 생산시설을 늘리고 포도주 제조설비 공장도 지을 예정이다. 군남농협과 손잡고 4월부터 찰보리 건조저장실과 보릿가루 가공공장도 가동하고 있다.

보리순차(茶) 음료는 영광군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보리새순을 녹차처럼 덖어서 차로 만들어 먹는 것으로 현재 농업기술센터에서 개발 중이다. 일본의 보리순차 시장이 연간 4000억 원에 달해 상용화가 이뤄지면 시장경쟁력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기호 영광군수는 “국내 보리 가공식품 시장은 1194억 원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1조 원이 넘는다”며 “5년간 보리 산업특구에 605억 원을 투자해 적극 육성하면 수입 밀가루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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