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업자 찾기 어려워… ‘용산’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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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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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레일, 사업권 반납요구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용산역세권개발주식회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장에서 항의를 하던 용산지역 주민이 직원들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용산역세권개발주식회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장에서 항의를 하던 용산지역 주민이 직원들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용산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19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삼성물산에 대해 사업 정상화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사업권을 반납하라고 압박함에 따라 향후 이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물산 측은 “코레일은 같은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출자사로서 ‘지분을 내놓아라 마라’ 할 권리가 없다”면서도 “사업 정상화를 위해서 협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사업 계약 해지 권한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만큼 당장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음 달 17일 자산유동화증권(ABS) 이자 128억 원을 내지 못하면 이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이 사업이 무산된다는 얘기다.

○ 엇갈리는 주장

이날 코레일은 “삼성물산은 용산 사업의 일개 건설 출자사가 아니라 사업 주관사”라며 “30개 투자자 중 드림허브 PFV의 지분은 6.4%에 불과한데도 컨소시엄의 공식 대표사 지위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이 드림허브의 자산관리위탁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AMC) 이사 7명 중 5명에 대한 추천권을 가지고 있고 사업계획 수립과 사업 일정 조정, 설계 및 용역업체 선정, 시공물량 배분 등 사업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삼성물산 측은 “AMC 안에서 코레일과 삼성물산 출신 인력 수가 같고, 코레일에서도 경영기획실장 등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며 “AMC는 드림허브의 의사결정을 따르는 회사일 뿐 사업의 향방을 쥐고 있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 앞으로 어떻게 될까

코레일 측은 이날 우선적으로 “삼성물산이 가진 AMC의 경영권을 반납하게 하고 다른 건설 투자자를 끌어들이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3일 오후 열리는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코레일 뜻대로 AMC의 사업자 교체 안건이 통과되려면 이사회 구성원 10명 중 8명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삼성SDS 측 이사가 3명이어서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특별주주총회를 소집해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사업자 교체 안건 통과에 필요한 정족수(5분의 4)를 고치는 방법도 코레일이 활용할 수 있다. 건설 투자자들의 드림허브 지분은 총 2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건설 투자자를 제외한 재무, 전략 투자자들이 뜻을 모은다면 가능한 시나리오인 셈. 하지만 건설사들의 입장이 비슷한 만큼 삼성물산을 대체할 사업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코레일은 삼성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여론전을 펼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출자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지급보증을 거부한 17개 건설 투자자의 자세가 달라지지 않고 있는 만큼 새로운 사업자가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코레일이 파국은 막겠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기 때문에 앞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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