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4대강 재검토 특위’ 오락가락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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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훼손 금강 준설공사 중단” → “잘몰랐다… 입장 재정리”
환경단체도 “이율배반”

충남도 자문기구인 ‘4대강(금강) 사업 재검토 특별위원회’(금강특위)가 문화재 훼손을 이유로 부여보와 금강보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가 재검토 견해를 밝히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강특위가 현장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허재영 금강특위 위원장(대전대 교수)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시민단체들과 회의를 한 뒤 공사 중단 요청에 대한 입장을 재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여보와 금강보 건설사업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부여 왕흥사지(사적 제427호)와 공주 고마나루(명승 제21호) 등 금강유역의 백제문화재 훼손이 우려된다”며 국토해양부 등에 공사중단과 문화재 정밀재조사를 요청했다.

당시 국토부는 “금강특위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왕흥사지 주변 준설공사는 (충남도가 추진 중인) ‘2010 세계대백제전’ 수상공연장을 짓기 위한 것”이라며 “언제는 빨리 공사를 해달라고 하고 이제 와서는 중단해 달라니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허 위원장은 “우리가 문제 제기한 것은 수상공연장을 포함해 전체적인 공사였다”며 “수상공연장이 사전에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 허가를 받는 등 절차상 하자가 없었고, 건립 위치도 문화재가 다량 분포돼 있는 지점에서 떨어져 있는 것을 나중에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금강특위가 수상공연장이 왕흥사지의 사적지 영향권(사적지에서 대략 반경 500m)에서도 180m가량 떨어진 상류에 건설되는 사실을 잘 모른 채 문화재 훼손 주장을 편 셈이다.

논란이 된 부여 왕흥사지 인근 수상공연장은 공주 고마나루의 수상공연장과 함께 9월 18일부터 30일간 열리는 세계대백제전의 최대 핵심 프로그램. 정부가 4대강 사업 예산 120억 원을 투입한 이들 시설은 현재 5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금강특위가 이율배반적인 주장을 펼치자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수상공연장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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